왕치산(王岐山) 중국 경제부총리가 9일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과 전화회담을 갖고 세계경제 현황과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논의했다고 중국의 반관영통신 중궈신원왕(中國新聞網)이 미 재무부의 성명을 인용해 10일 보도했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경제적 불투명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전화회담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중국은 미국에 책임 있는 재정ㆍ통화 정책을 요구하고 미국은 중국에 지속적인 미 국채 투자를 요청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최대 채권국인 중국은 그 동안 미국에 채권국의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라고 촉구해왔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말을 아꼈지만 중국 경제계와 언론은 미국의 책임을 묻는 강경 목소리를 쏟아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전화회담을 두고 가이트너 장관이 왕 부총리에게 중국의 긴축 완화를 요구하는 SOS 신호를 보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편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9일 국무원 상무회를 주재하고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국제 금융시장 상황 등을 논의하는 등 중국의 대응조치를 강구했다. 원 총리는 이 자리에서 “관련국들이 책임있는 재정ㆍ통화정책을 취해 재정적자를 줄이고 채무문제를 적절히 처리해 투자자의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며 미국 측에 재정적자 축소 노력을 촉구했다. 원 총리의 발언은 미 신용등급 강등 이후 나온 중국 정부의 첫 공식 입장이다. 원 총리는 또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유지와 경제구조 조정, 물가상승 억제 등 3대 당면과제를 조화롭게 이뤄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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