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지지율 상승 추세가 예사롭지 않다. 문 이사장이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 또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야권에서 선두를 기록하자 지지율의 향후 추세에 대해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견고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평가와 함께 일시적 '팬덤'(fandom, 특정 인물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문화현상)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8월 첫째 주 ARS(전화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한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문 이사장은 9.8%의 지지율을 기록해 손 대표(9.4%)를 앞질렀다. 여야의 전체 대선주자 중에서 문 이사장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32.2%)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일부 야권 후보를 배제하고 실시한 모노리서치의 ARS 조사에서도 문 이사장은 야권 주자 중에서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전체 후보군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야권 선두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문 이사장 스스로 정치 참여를 선언하지도 않았는데 대중적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 현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 주변에서는 "여전히 문 이사장의 인지도가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지율이 상승할 여지는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진중공업 사태 등 현안에서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이는 손 대표에 실망한 야심(野心)이 문 이사장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현상"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반면 문 이사장의 지지율은 새롭고 신선한 이미지가 만들어낸 '허수'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손 대표의 한 측근은 "현실정치에서 검증된 적이 없는 인물에 대한 지지율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한 정치평론가도 "지금까지는 문 이사장의 깨끗한 이미지만 부각됐지만 정치 참여를 선언하는 순간 안팎에서 공격이 쇄도하게 되고, 지지율도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된다"고 예상했다.
문 이사장의 지지율 상승이 야권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도 분석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야권 주자들이 다양해지면 경쟁 구도 속에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도 최근 "진보진영에서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받는 분들이 많아질수록 좋기 때문에 문 이사장 지지율이 더 올라갔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 이사장이 손 대표의 지지층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지지율을 높이고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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