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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사회적 기업 '기브 카페'/ "장애인들의 빵이 부풀수록 그들 희망도 부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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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사회적 기업 '기브 카페'/ "장애인들의 빵이 부풀수록 그들 희망도 부풀죠"

입력
2011.08.0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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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쿠키가 맛있어요? 미운 쿠키가 맛있어요?"

"예쁜 쿠키요!"

"맞아요. 예뻐야 먹는 사람이 행복하게 먹을 수 있어요. 쿠키 두께가 1㎝이상 두꺼우면 골고루 구워지지 않고, 너무 얇으면 굽는 중에 타니까 적당히 반죽하는 게 중요해요."

9일 서울 송파구 마천동 기브 카페(Give Cafe)에서 박계자(58)씨와 1~3급 지적ㆍ발달 장애인 17명이 제과 수업 도중 나눈 대화의 한 토막이다. 실업자, 경력단절 여성, 은퇴자 등 7명으로 구성된 서울형 사회적기업인 행복을나누는사람들이 장애인직업재활훈련시설에서 재능기부를 하는 중이었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랄까. 어렵게 살다가 일에서 희망을 찾은 이들이기에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돕는 일은 또 다른 희망을 만들었다. 지난해 기브카페에 와서 김지선(29) 과장에게 제과제빵 기술을 배웠다가 이제는 장애인들에게 제빵기술을 가르치게 된 박씨가 그런 경우다. 박씨는 "오븐에 구워서 과자와 빵을 만드는 레시피를 배우는 과정 하나하나가 재미있고, 내 자신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며 "집에만 있으면 지루하고 우울증 걸리기 십상인데 장애우 친구들이 하나씩 배우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많은 걸 배운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장애인들이 큰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을 했다고 말했다. 기브카페에 들어와 온라인쇼핑몰(www.phappy.co.kr) 운영을 맡고 있는 주부 한정순(54)씨는 "이들은 매우 순진해 눈 앞의 상황만 보지만 앞뒤 재는 게 많은 비장애인들보다 순수해서 좋다"고 귀띔했다.

장애인들도 스스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장애인들이 직접 만든 쿠키를 한 개에 1,000원씩 받고 기브카페에서 팔았는데 일주일 만에 40~50개의 쿠키가 모두 팔렸다. 최대 4개를 판 사람이 겨우 4,000원을 받았지만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은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였다.

한선화 대표는 "지적장애우는 손기술이 뛰어난 경우가 많았다"며 "자신들이 배운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매일 반복훈련으로 습관화하면 된다"며 "장애우 스스로 자립한 기브카페 분점 1호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장애우들도 일터를 가지면서 활력을 찾고 있다. 제과제빵 교육을 받으며 음식 포장지 조립으로 한달 8만~9만원의 월급을 타는 지적장애인 김선(34)씨는 "나중에 결혼할 때 이런 일을 하면 좋을 것 같다"며 함께 수업을 받는 여자친구 장은정(36)씨를 쳐다봤다. 장씨도 "포장하는 일을 주로 하지만 (제과는) 친구들과 함께 하니 더 재미있다"며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게 소원"이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서울형 사회적기업에 지정된 기브카페가 늘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3년 연속 지정이 가능한 서울형 사회적 기업은 최저임금 수준의 인건비를 지원받지만 지원은 매년 줄어든다. 이들도 자립이 숙명이라는 것을 안다.

한 대표는 "유학까지 다녀온 사람과 제과제빵 기능사도 직원으로 있지만 판로가 협소해 이들에게 인센티브를 줄 수 있을 정도인 한달 매출 1,000만원을 넘기기 어렵다"며 "사회적 기업이 지속가능 하려면 홍보ㆍ마케팅이나 이와 관련한 컨설팅 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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