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이탈리아 음식점과 유럽 상품을 취급하는 상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교도(共同)통신이 9일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평양거리에 부는 유럽 붐'이라는 제목의 르포기사를 통해 북한은 핵과 미사일 문제에 따른 각국의 제재로 고립된 것 같은 이미지를 주지만, 올해로 유럽연합(EU)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지 10주년이 되면서 유럽에 대한 주민들의 친근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브랜드의 인기가 특히 높다. 평양 중심가 한 호텔 1층의 카페는 6월 이탈리아제 특제 에스프레소 커피 추출기를 도입했다. 이 카페의 이탈리아제 에스프레소 커피는 가격이 북한 돈 700원 가량으로 일반 커피의 1.5배 수준이다. 하지만 카페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지역 주민도 많이 찾으며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평양시내에 이탈리아 음식점도 두 군데나 생겼다. 대동강 주변의 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는 여성 점원이 대형 오븐에 피자를 굽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교도통신은 소개했다. 미국 문화의 상징으로, 북한에서 판매가 금지된 콜라도 이 레스토랑의 메뉴로 올라 있었는데 미국제가 아니라 이탈리아제였다. 이탈리아 구두를 진열한 상점도 있다. 평양의 한 여성은 "이탈리아 구두는 세련된 멋이 있다"고 말했다.
통신은 녹인 치즈를 빵에 찍어 먹는 스위스 요리 퐁듀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도 있으며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수입한 화장품과 가방 등을 취급하는 상점도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에 유럽 붐이 이는 것은 EU가 6자회담 당사국이 아니어서 미국보다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으며 북한 역시 미국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유럽에 호의를 갖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한편 북한 정세에 밝은 유럽 외교 소식통은 "유럽 문화가 북한 주민의 생활양식에 미약하나마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평양은 북한의 전시 도시이며 지방은 상황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평양의 변화를 과대평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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