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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 쇼크/ 미국-S&P 비방전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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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 쇼크/ 미국-S&P 비방전 격화

입력
2011.08.0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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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신용등급 강등을 둘러싼 미 정부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비방전이 점입가경이다. 며칠 사이 세계 증시에서 수천조원이 증발한 지금, 누구 탓을 하기엔 때가 늦어 버렸지만, 두 공룡의 자존심 싸움은 그 강도가 더 세지는 모습이다. 미 정부는 "S&P가 계산을 잘못해 상황을 오판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S&P는 "일부 실수가 있었지만 정당한 결정"이라 항변한다.

누구 말이 맞는지를 보려면 등급 강등 당일인 5일 오후(현지시간)의 긴박했던 6시간을 복기할 필요가 있는데 9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보면 당시 상황은 이렇다.

아침부터 강등 소문이 시장에 퍼져가던 차에 오후 2시 미 재무부 관계자 4명이 S&P의 보도자료 초안을 입수해 금융담당 차관보 사무실로 헐레벌떡 뛰어갔다. 그런데 자료를 보니 어딘가 낯선 숫자가 눈에 띄었고 담당 부서에 확인한 결과 2021년까지 정부 부채 예상치가 실제보다 2조달러 높게 기록된 사실이 발견됐다.

재무부는 S&P에 즉시 이런 사실을 전달하며 오후 4시 30분께로 예정됐던 공식 발표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오후 5시 15분께 나온 S&P의 답신은 "실수를 인정하지만 결정을 바꾸지 않겠다"였다. 발끈한 재무부가 다시 거세게 항의했지만 S&P는 북미와 유럽 지역 관계자가 참석한 긴급 전화회의를 거쳐 문구만 조금 손 본 후 등급강등을 강행하기로 했다. 초안은 '정부 부채 부담'을 강등의 주요 이유로 들었지만, 수정 보도자료는 '정치적 리스크'에 방점을 찍었다. 결국 오후 8시께 등급강등 소식은 외신을 타고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S&P가 결정을 번복할 것이라 믿고 있다가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미 정부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재무부 관계자들은 "사상 최초로 미국 신용등급을 깎는 엄청난 결정이 이렇게 무계획적으로 이뤄질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백악관 관계자는 "경기후퇴에 책임이 큰 회사에서 일하는 이류 전문가"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등급강등 여파가 8일 세계 증시의 연쇄폭락으로 이어지자 미 의회도 S&P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언론에 따르면 상원 은행위원회가 S&P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는데, S&P 간부들이 청문회에 소환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팀 존슨(민주당) 은행위원장도 "S&P의 무책임한 조치가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카드, 자동차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부담을 크게 늘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이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가 미국 등급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한 S&P는 여전히 등급강등이 적절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가신용등급 담당 책임자 데이비드 비어스는 8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강등 결정을 후회하지 않고 있다"며 "재무부가 S&P 분석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강등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등급강등 때문에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는 지적에는 "심한 과장"이라고 되받았다.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화살이 자신들에게만 쏟아지는 데 대한 볼멘 소리도 나온다. S&P 프랑스 지부 관계자는 리베라시옹과의 인터뷰에서 "시장은 우리 몫이 아닌 역할(평가결과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어, 우리 탓으로 돌아오는 몫이 실제 우리 역할보다 훨씬 더 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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