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올 하반기에 10조원 안팎의 부실채권을 정리해야 한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부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선제적으로 부실채권을 줄여나가기로 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안으로 은행들로부터 하반기 부실채권 감축 목표를 제출받을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금감원은 은행들의 부실채권(고정이하 여신) 비율을 내년에 1% 이하로 낮춘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말 기준 18개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잔액은 23조원으로 총 여신 가운데 1.73%에 해당되는 점을 감안할 때 부실채권 잔액을 1% 수준으로 낮추려면 13조원 이하로 감축해야 한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앞서 4월 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 올해 연말까지 부실채권 비율을 1.5%로 낮춰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등 최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0.5% 안팎을 더 낮추도록 한 것. 대외 경제 여건 악화가 국내 은행의 자산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악화된 국제 경제 환경이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급속한 신용경색으로 연결되지는 않겠지만, 국내 은행에 구조적인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부실채권 감축을 위해 ▦상각 ▦매각 ▦대출 회수 ▦정상화 ▦자산 유동화 등의 방식을 동원할 예정이다. 또 연체율이 높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올해 4분기 중 'PF 정상화뱅크 2호'를 출범, 1조원 가량을 매입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6월 기준 부실채권 잔액 상위 5개 은행은 우리은행(4조2,000억원), 국민은행(3조6,000억원), 농협(3조2,000억원), 기업은행(2조4,000억원), 신한은행(2조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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