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 최경주가 최근 소천(召天)한 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와의 인연을 새삼스럽게 털어놓았다.
11일 막을 올리는 올해 마지막 메이저대회 제93회 PGA챔피언십에 출전하기 위해 애틀란타에 도착한 최경주는 “하 목사님은 떠났지만 제 마음 속에서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최경주에겐 하 목사는 정신적 멘토였다. 그는 다른 대회에 참가하던 중 하 목사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급거 귀국했다.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참가를 위해 미국 오하이오주에 머물던 최경주는 하 목사 생명이 위태롭다는 얘기를 듣고 지난 2일(현지시간) 오전 첫 비행기로 귀국길에 올랐다.
하지만 귀국했을 때 이미 하 목사는 세상을 떠난 뒤였다. 빈소에 도착한 최경주는 입관식까지 지켜보고 3일 오전 다시 대회장을 향해 떠났다. 비행시간만 15시간이 넘어 4일(현지시간) 오전 열리는 경기에 참석하기 위해선 서둘러야만 했던 것이다. 시차에 피곤함까지 겹친 그의 성적은 4라운드 합계 6오버파, 59위로 하위권이었다.
두 사람은 10년 지기다. 최경주의 부인 김현정씨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남편이 PGA 진출 직전 출전한 일본대회에서 기도로 마음의 안정을 얻어 우승하면서, 이후 시합 전 꼭 기도로 마음을 달래고 있다”며 “2002년 PGA투어 컴팩 클래식에서 우승한 후 남편이 하 목사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친분이 크게 쌓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하 목사는 최경주가 골프꿈나무 육성 등을 목적으로 2008년 세운 사단법인 ‘최경주복지회’의 고문 겸 이사를 법인 창립 때부터 줄곧 맡아왔다. 그는 복지회 후원의 밤 행사 등을 통해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등 평소에도 복지회 일에 각별했다. 최경주는 “3주 전 목사님께 전화해 11월 열릴 재단후원의 밤 모금행사에 가수 윤복희 권사 섭외를 부탁해 승낙을 받았는데,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며 아쉬워했다.
최경주는 지금도 하 목사의 기도를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 PGA챔피언십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그는 “모든 걸 내려놓고 편안하게 치면 우승도 하는 게 골프”라며 “목사님 조언대로 항상 낮은 곳에서 배운다는 겸손한 자세를 지키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애틀란타=연합뉴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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