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중심 국가들의 작품이 지상의 가치인양 통하는 이 곳에서 변두리 나라들의 작품을 골라 연주해 온 피아니스트 신민정(45ㆍ백석대 교수)씨의 시리즈 무대 '세계 음악 기행'이 제7회 공연을 코앞에 두고 있다.
'사랑의 인사'라는 제목 아래 펼쳐지는 이번 무대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19,20세기 클래식 음악, 그 중에서도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만을 모은 자리다. 닳아빠진 테마지만 신씨는 허투루 넘지 않는다. 엘가 하면 곧잘 떠올리는 '사랑의 인사' 대신 국내 초연작 '야상곡'(1963년)이나, 조셉 홀부르크의 '세 마리 눈먼 쥐'를 올리는 식이다.
뤼벡국립음대 피아노과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하고 귀국한 뒤 펼친 첫 활동이 '민요가 있는 피아노 한마당'과 '현대음악제'였다. 고전ㆍ낭만주의는 의도적으로 비켜가겠다는 듯. '32개의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전곡 시리즈 연주'(2001년) 등 그의 이력이 그리는 궤적대로라면 그는 상당히 엄정한 클래식 뮤지션이다. 그러나 '20세기 피아노 음악의 새로운 흐름'(2002년), '사주현 해금 리사이틀 반주'(2006년)를 비롯해 27일 여는 '한 여름 밤의 꿈_클래식과 재즈의 만남' 등을 보면 그는 그냥 국으로 있을 사람은 아니다.
"친할아버지께서 일제 시대에 독립운동 하다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고, 아버지는 6ㆍ25때 공을 세운 용사예요. 83학번 오빠는 노래패 노찾사 창단 멤버였는데 안치환, 고 김광석 등이 집에 자주 놀러 올 정도였어요. 나도 대학 때 의식화 동아리 활동 좀 했고요." 소통에 적극적인 나름의 이유다. 그러나 자신은 '운동'과는 전혀 무관한 인물이라 강조한다.
2000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앞세워 벌여온 '세계 음악 기행'의 뒤를 잇는 이번 무대는 그가 펼쳐 보이고 있는 음악적 욕심의 일부다. "2006년 러시아 작품을 모아 소개할 때 북한의 현대 음악도 올리려 했는데 악보를 확보할 수 없어 포기했어요." 해외의 지인을 통해 계속 기회를 보고 있다. 그는 "처음 들어보는 작곡가지만 빨려 들어갈 만큼 매혹됐다는 말을 들을 때 큰 기쁨을 느낀다"며 "10회째, 주제를 한국의 현대 작곡가로 잡아 이 시리즈를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장병욱기자 aje@hk.co.kr
사진 고영권기자 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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