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카리스마와 자비의 미소를 겸비한 석굴암 본존불, 길을 따라 곳곳에 늘어서 있는 웅장한 왕릉들, 연꽃으로 수놓은 안압지의 매혹적인 야경…. 경주는 유적지뿐만 아니라 유적지를 찾아 가는 길 곳곳에서도 신라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천 년의 역사를 보존하고 있는 경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자 실크로드의 출발점으로 동서양의 문물교류가 가장 먼저 이루어진 곳이기도 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만 3곳이다. 지난 시절 수학여행과 신혼여행을 가던 추억의 명소에서 이제는 살아 있는 역사의 도시, 세계적인 관광지라 부르기에도 충분하다.
2년 전 드라마 '선덕여왕'이 방영된 후, 경주엔 일본과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늘었다. 드라마 촬영지를 둘러보는 투어 프로그램과 선덕여왕의 발자취를 좇는 여행상품 등 신라의 천년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관광상품이 개발되고 있다. 관광객의 기호를 고려해 문화유적 관광에 찜질방, 온천 등을 포함한 이색적인 상품도 눈길을 끈다. 세계 최대 테디베어 박물관도 들어섰다.
경주 문화의 거리, 예술의 전당과 같은 관광지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정동극장에서 신라에 관한 공연을 진행한다. 또한 선덕여왕 행차, '경주 벚꽃 마라톤ㆍ워킹 대회'와 같은 각종 행사를 개최해 천년 수도를 찾은 세계의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주의 관광 콘텐츠는 아직 덜 다듬어진 원석이라 할 수 있다. 드라마 '선덕여왕'으로 관광객이 부쩍 늘었지만, 지난 달에 방문한 선덕여왕릉은 문화유산으로서의 구색을 갖추지 못한 모습이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설명문이나 보호시설조차 없이 달랑 표지판만 하나 있어 초라하게 느껴졌다. 또 첨성대의 야경은 조명을 받아 고혹한 매력을 뽐냈지만, 그 뒤 현란한 모텔 단지의 네온 간판이 분위기를 깨고 있었다. 한국의 대표적 관광 콘텐츠로 부상한 선덕여왕에 부합하지 않는 대우인 것 같다.
이런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을 보완한다면 경주가 세계적인 관광브랜드로 도약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첫째, 문화유적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국가적 보호가 필요하다. 문화 유적지 주변 경관도 정비하고 잃어버린 국보 숭례문처럼 만들지 않기 위한 관리와 보호시설이 필요하다.
둘째, 외국인 관광객의 관심과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관광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최근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낮에는 문화유산 해설사의 설명으로 문화유산을 답사 하고, 밤에는 달빛 아래 국악공연과 차 한 잔을 음미할 수 있는'달빛신라 역사기행'이 대표적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런 체험형 프로그램들을 외국어가 가능한 해설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주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적인 먹거리를 정착시켜야 한다.
12일부터 10월 10일까지 '천년의 이야기-사랑, 빛 그리고 자연'이라는 주제로 2011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신라 천년의 혼을 세계인들에게 선보인다. 10월 8일부터 일주일간은 경주에 전 세계 154개국 1,500여명의 관광장관과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관광분야의 유엔총회로 불리는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총회가 열린다. 신라 예술의 혼이 담긴 천년의 역사와 한국 문화의 매력을 세계에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문화유산 보호와 문화관광 콘텐츠 개발을 통해 경주를 한국의 문화수도에서 세계적인 관광브랜드로 키워나가자.
이재웅 한국콘텐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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