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사 텃밭 수주 공식이 깨지고 있다.
지금까지 해외수주 실적을 살펴보면 특정 지역에서 유난히 수주 경쟁력이 높은 건설사가 있는 경우 '○○국가=△△건설'이란 공식 아닌 공식이 생겨났을 정도. 하지만 최근 해외 수주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건설업체마다 진출 국가를 다변화하면서 이제 한 기업이 특정 지역에서 누려온 수주 패권을 더 이상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8일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해외건설 수주 시장의 가장 대표적인 사우디아라비아를 텃밭으로 삼아왔던 현대건설의 경우 올해 이 지역에서 국내업체들이 25건(94억9,790만달러)의 신규 수주를 하는 동안 단 한 건의 공사도 따내지 못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던 삼성엔지니어링(6건, 40억달러)과 얀부 발전ㆍ담수프로젝트 등 2건 12억달러를 따낸 한화건설의 수주 실적이 국내 업체가 사우디에서 수주한 금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SK건설도 올 들어 30억달러에 가까운 해외수주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유독 '안방시장'인 쿠웨이트에서만큼은 체면이 말이 아니다. GS건설과 한화건설 등이 쿠웨이트에서 8억달러 이상의 신규공사를 수주하는 동안 SK건설의 수주실적은 아직까지 전무한 상태다.
'싱가포르=쌍용건설'이란 공식도 올해는 통하지 않고 있다. 올 들어 11건 14억8,000만달러 규모의 공사를 국내 건설업체가 수주하는 동안 쌍용건설은 3,143만달러(350억원)짜리 백화점 판매시설 공사 한 건을 따낸 것이 전부. 뒤늦게 싱가포르 공략에 나선 삼성건설이 도심지하철공사와 머바우 매립공사, LNG터미널 공사 등 3건(5억달러)을 잇따라 수주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침체된 국내 건설경기 탓에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건설사들이 수주 지역 다변화에 나서면서 수주 텃밭을 지키려는 업체와 뺏으려는 회사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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