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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이진대씨의 호박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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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이진대씨의 호박 농사

입력
2011.08.0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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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즐거운 사람이 있다. 경주 안강에서 농사짓는 이진대씨가 그렇다. 그는 언제나 어디서나 잘 웃는다. 우리 나이로 반백(半百)이지만 늘 얼굴 가득한 웃음이 그를 나날이 젊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그의 생계인 '정직한 농업'은 밥맛 좋기로 유명한 쌀농사와 벌에게 설탕을 안 주고 일 년에 한 번 뜨는 진짜 아카시아 꿀 농사가 전부다.

그가 문학을 공부하는 것이 인연이 되어 한 10년 그의 행복한 소비자를 자처하고 있다. 후배의 문학상 시상식에서 오랜만에 이씨를 만났다.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하객으로 왔지만 그를 붙잡고 호박농사에 대해 물었다. 농사에 관해서는 그는 '상농'(上農)인지라 만나면 궁금한 일부터 묻는다.

은현리 텃밭의 호박농사가 몇 해째 시원하지 않다. 호박농사는 거름이 많아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좋은 농사법이 있는지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나무 작대기로 호박잎과 줄기를 때리면 호박이 놀라 크게, 많이 맺힌다는 것이다. 호박잎이 찢어질 정도도 때려보란다. 나는 무릎을 쳤다.

그건 세상만사 너무 편안하면 게을러진다는 가르침이었다. 우리는 너무 편해서 꽃과 열매를 맺지 않는 호박인지 모른다. 이진대씨는 약간의 불편을 가지고 산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90%'란 닉네임을 쓰고 있지만, 100%를 가진 다른 사람보다 90%나 더 가지고 사는 행복한 농사꾼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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