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학의 선구자인 육당 최남선과 춘원 이광수가 대표적 대일 협력자라는 점은 한국 근대 지성사에서 지울 수 없는 상처이자 얼룩이다. 이들의 친일 행위에 대해 흔히 두 부류의 시각이 대립되는데, 친일 죄상을 밝히는 단죄론과 한 개인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동정론이다.
문학평론가 서영채 한신대 교수는 최근 펴낸 (소명출판 발행)에서 이들의 독특한 윤리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두 관점에서 벗어난 해석을 시도한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윤리의 역설인데, 특히 헤겔의 '아첨의 영웅주의'를 주요한 논리로 끌고 온다. 집단의 이익이나 대의를 위해 자신의 윤리적 저열함이나 속물성을 무릅쓰는 행위를 헤겔은 '아첨의 영웅주의'라 불렀는데, 여기엔 자신의 사적 이익을 포기하는 행위가 내재돼 있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비윤리적이라 하기 어렵다.
그간 최남선과 이광수가 친일을 한 이유로 '의지가 약했다'는 윤리적 허약성, '사태를 판단할 지혜가 없었다'는 지적 허약성 등이 거론됐는데, 저자는 헤겔적 논리를 적용해 그 반대, 즉 윤리적 영웅주의의 산물이라 풀이한다. 민족주의 이념인 실력양성론을 자신의 입장으로 삼은 최남선과 이광수는 민족을 배신함으로써 민족주의의 핵심으로 들어가고자 했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존엄성을 대가로 지불함으로써 민족의 장래에 보험을 드는 행위로, 비윤리의 윤리성을 띠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런 점에서 두 거인은 일그러진 윤리적 괴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서 교수는 "내게 중요한 것은 최남선과 이광수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일이었다"며 "비타협적 저항이라는 윤리적 이상이 있기 때문에, 이점에서는 어떤 형태의 협력자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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