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의 수산물 가공회사 참바다영어조합에는 1주일에 한 번 꼴로'암행어사'가 찾아온다. 그는 수산물 보관 창고를 뒤지고 공장 청소는 잘 되어 있는지 따진다. 암행어사 하면 벌벌 떨기 마련인데 조합은 되려 반긴다. 김병남 차장은 "암행허사 때문에 우리 제품이 유명해지고 장사도 잘 된다"며 "털어도 걸릴 게 없으니 겁날 건 없다"고 자신했다. 별 소득 없이 뒤돌아서는 암행어사는 농수산(NS)홈쇼핑의 품질관리팀(QA, Quality Assuarance) 전문 요원이다.
요원들이 드나들기 시작한 지도 10년 째지만 처음부터 반가운 존재는 아니었다. 김종학 조합대표는 "위생 상태, 공정 관리 등 너무 까다로운 조건을 내놓았다"며 "식품은 앞으로 위생, 신선도 유지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끈질긴 설득에 일단 동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어민 몇 명이 모인 회사라 사업 마인드가 없었다. 그럴 때마다 NS홈쇼핑의 상품기획자(MD)는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 QA요원은 신선도와 맛 유지 등을 챙기며 도우미 역할을 했다.
매출이 꾸준히 늘던 2005년. 조합 측은 파격 선언을 한다. NS홈쇼핑 관계자는 "새로 짓는 3공장 내부를 녹이 슬지 않는 스테인레스로 만들고, 5억 원짜리 장비(스파이럴프리저)를 들여놓겠다고 했다"며 "엄청난 비용을 들여 품질 관리를 하겠다니 놀라면서도 기뻤다"고 전했다.
2001년부터 전파를 탄 NS홈쇼핑(옛 한국농수산방송)은 전체 방송 시간의 60% 이상을 먹는 것(식품) 관련 제품에 할애해야 한다는 치명적 한계를 떠안아야 했다. 회사 관계자는 "먹는 것을 홈쇼핑으로 판다는 개념 자체가 서 있지 않았던 터라 회사 내부에서도 뭘 방송하느냐는 불만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易) 발상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던 식품 분야에서 자신들만의 경쟁력을 만들자는 것. 거기에 '될 성 부른 떡 잎 육성 프로젝트'가 더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선발 회사들처럼 제품 수를 무작정 늘리기 보다 알짜 제품을 집중적으로 방송해 스타로 키우면 NS홈쇼핑의 브랜드 가치도 함께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NS홈쇼핑은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신선도와 맛 유지에 목숨을 걸었다. 판매되는 모든 식품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운영 중인 대전의 '식품안전센터' ▦16명의 식품 전문 QA요원 ▦그리고 고객평가단 등 까다로운 3단계 평가를 통과하도록 했다. 그 결과 업계에서는 "NS홈쇼핑 테스트 통과하면 다른 테스트는 무조건 오케이"라는 말이 돌았다.
NS홈쇼핑의 식품 관련 제품 반품율(7월 기준)은 0.35%. 전체 반품율(2.38%)의 7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 NS홈쇼핑은 지난 2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홈쇼핑 업계에서 처음으로 '농산물우수관리인증기관'으로 지정 받았다.
올해 매출 200억 원(지난해 180억 원)을 눈 앞에 둔 참바다조합은 NS홈쇼핑과만 거래하는 이른바 '조강지처 클럽' 멤버이다. 지난해 최고 판매 수를 기록한 '김연도의 웰빙 혼합곡(횡성광명원)'을 비롯해 20개 회사가 이 클럽에 속해있다. 7년 째 거래 중인 김연도 대표는 "다른 홈쇼핑에서도 거래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며 "NS홈쇼핑은 우리를 진정한 동반자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홈쇼핑은 명절 등 대목에나 식품 관련 방송을 하는 반면 NS는 1년 내내 방송할 수 있다"며 "방송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분 당 매출액 목표액도 다른 홈쇼핑보다 절반 이상 낮고 설사 그 목표를 채우지 못해도 품질만 확실하면 방송 기회를 준다"고 덧붙였다.
다음 달로 방송 10주년을 맞는 NS홈쇼핑의 매출액(취급고)은 2001년 249억원에서 지난해 7,312억 원까지 커졌다. 한정일 NS홈쇼핑 마케팅본부장은 "양(제품 수)보다는 질(맛과 신선도)로 승부하고 협력업체들의 마음을 얻어 함께 성장하자는 전략이 통한 것"이라며 "2013년 취급고 1조원 달성도 자신 있다"고 밝혔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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