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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채권단 '구주 비중 높여 매각'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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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채권단 '구주 비중 높여 매각' 고집

입력
2011.08.0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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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 지분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채권단이 구주(기존 보유주식) 위주 매각을 강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채권단이 하이닉스의 장래는 외면한 채 오로지 '제 몫 챙기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8일 금융권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 채권단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SK텔레콤과 STX가 향후 입찰서류를 제출할 때, 가급적 구주를 많이 인수하겠다는 쪽에 가산점을 주기로 방침을 사실상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SK텔레콤과 STX는 어쩔 수 없이 구주인수비중을 높이는 수 밖에 없다.

외환은행과 정책금융공사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현재 하이닉스 지분 약 15%를 보유하고 있다. 구주 매각대금은 전액 채권단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채권단은 가급적 구주를 많이 팔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증자를 통해 새로 발행되는 신주는 대금이 회사(하이닉스)로 돌아오기 때문에, 향후 연구개발 및 신규투자자금이 절실한 하이닉스로선 신주매각비중이 커지길 희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가까이 하이닉스에 묶어 있던 채권단으로선 하루 빨리 지분(구주)를 처분해 빠져나가고 싶어할 것이고 그런 심정이 이해는 간다"면서도 "하지만 구주매각은 하이닉스 자체의 경쟁력 확보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구주 쪽에만 가산점을 주겠다는 것은 하이닉스의 장래는 어떻게 되든 오직 '내 몫만 챙기겠다'는 뜻으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면서 "주인이자 채권단이 취할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STX도 이런 채권단 태도에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하이닉스 인수 후 수년간 미뤄졌던 반도체 투자를 재개하려면 천문학적 돈이 들어갈 텐데, 인수대금을 모조리 채권단이 독식할 경우 추가적 자금투입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가격이 계속해서 추락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하이닉스는 신주발행비중을 높여 운영자금을 확보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인 D램 익스체인지에 의하면 주력 제품인 1기가비트(Gb) DDR3 D램의 7월말 고정거래가격은 0.75달러로, 7월초에 비해 10.7% 급락하면서 이 제품이 출시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수 조원의 설비투자를 해야 생존할 수 있는 게 반도체 산업의 특성이다"며 "시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능한 많은 실탄을 확보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선 신주발행을 늘려야 한다"고 전했다.

나아가 구주매각을 통해 채권단 배만 불릴 경우, 결국 론스타만 좋은 시켜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이닉스 채권단 중 최대지분을 가진 곳은 외환은행(3.24%)인데 구주 중심 매각으로 외환은행 매각수익이 커지면, 이는 결국 중간배당 등을 통해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의 배만 불리게 될 것이란 얘기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일각에선 유찰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가기간산업인 하이닉스 매각이 기업 경쟁력 제고보다 채권단의 제 몫 찾기로 귀결된다면 이런 매각을 굳이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채권단이 구주매각을 고집할 경우 입찰에 불참하는 업체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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