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잇따라 내놓는 이른바 '친 서민정책'들이 상충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 지도부를 비롯한 주요 여권 인사들이 내부에서 서로 면밀한 조율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정책 추진을 발표하다 보니 일부 모순되는 모습으로 비쳐진다는 지적이다.
황우여 원내대표가 7일 제안한 0 ~4세까지 무상보육이 대표적 경우다. 재정 문제 등을 이유로 전면 무상급식을'망국적 포퓰리즘'에 비유하며 반대하던 한나라당이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무상보육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8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최고위원은 "보육과 급식에 큰 차이가 없는데 뭐가 다르길래 (한나라당이) 모순된 입장을 보이는지…"라면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지지하기로 한 우리 당이 무상보육에서는 전향적으로 나가면 국민이 어떻게 보겠느냐"고 말했다.
유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이런 입장을 취하는 게 맞는지 주민투표에 앞서 당의 입장을 정리하는 게 맞다"며 의원총회 개최를 제안했다.
원희룡 최고위원도"(무상보육 정책 수혜자인) 5세까지 받는 무상급식은 초등학생의 무상급식과 어떤 차이가 있냐고 묻는 질문에 답변이 궁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지도부가 이 부분에 대해 내용과 방침을 정리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이와 관련 청와대 백용호 정책실장이 이날 열린 당ㆍ정ㆍ청 회의에서 "어떻게 된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하자,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황 원내대표의 평소 지론"이라고 답하며 선을 그었다.
비정규직 대책 강화에 나선 한나라당이 한진중공업 사태에 제3자 개입을 반대했던 것도 서로 엇박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22일 당 정책위원회 산하에 비정규직대책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비정규직 대책은 당과 정부의 하반기 주요 정책 화두"라며 비정규직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한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비정규직 해고자 문제로 초래된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 "제3자가 개입하면 혼란만 커진다(황 원내대표)"는 입장을 견지하다 지난달 26일에야 당 정책위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연석회의를 갖고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
대기업 관련 정책 추진에서도 압박 수위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는 모양새다. 김성식 당 정책위부의장은"앞으로 대기업이 갑갑할 정도의 정책을 내놓겠다"고 언급했지만, 홍준표 대표는 "어느 한편(대기업)의 것을 빼앗아 나눠주겠다는 정책은 곤란하다"며 김 부의장의 발언을 "대기업이 오해할 만한 잘못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김성식 정책위 부의장은 "언뜻 보면 정책간 상충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지만 꼼꼼히 보면 정책간 차별성이 있다"며 "황 원내대표가 제안한 무상보육만 해도 나이별로 단계적으로 실시하자는 것으로 전면 무상급식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러 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부분적으로 이견이 나올 수도 있고 상호 충돌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국민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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