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선은 아시아에 쏠려 있었다. 미국의 신용등급강등조치 이후 처음 개장되는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증시의 향배는 파장의 크기를 가늠케 해줄 일종의 바로미터였다.
하지만 실낱 같은 기대는 물거품으로 끝났다. 주가는 일제히 폭락했고, 특히 변동성 크기로 유명한 한국 증시는 역사상 수많았던 '블랙 데이'중에서도 '가장 검은 월요일'로 기록됐다.
아시아 증시의 '공포'는 유럽과 미국으로 전염됐다. 영국, 프랑스와 독일 증시는 2~3%대 하락했고, 미국 증시도 오전 중 2~4%대 급락했다.
8일 코스피지수는 74.30포인트(3.82%)나 추락, 1,869.45로 마감했다. 한때 낙폭은 사상 최대인 143.75포인트에 달해 1,800선 붕괴를 위협하기도 했다. 2년7개월만에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정지)도 발동됐다.
최근 닷새간 코스피지수는 302.86포인트 빠졌고, 삼성전자 매출액보다도 많은 170조4,906억원의 돈(시가총액)이 공중에 증발했다.
주가를 끌어내린 주역은 뜻밖에도 개인이었다. 고비 때마다 매도공세로 주가하락을 부추겼던 외국인들은 이날 800억원 정도만 처분했다. 대신 개인들이 7,000억원 어치를 투매했다. 미국의 등급강등에 이해당사자인 외국인 보다는 오히려 국내 개인들이 더 놀라고,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32.86포인트(6.63%) 폭락해 462.69에 거래를 마친 코스닥시장은 더 최악이었다. 지수가 10% 이상 빠지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모든 거래가 20분간 중단(서킷브레이커 발동)되기도 했다. 원ㆍ달러 환율도 오후 들어 증시 움직임에 따라 상승폭이 커지면서 전날보다 15.1원 급등한 1,08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3.79%, 대만 가권지수 3.82%, 일본 닛케이지수 2.18%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하지만 장중 변동폭은 역시 우리나라가 가장 컸다.
아시아 증시 마감 후 차례로 개장한 유럽과 미국 증시도 급락세였다. 유럽 증시의 오전 낙폭은 1~2%대로 크지 않았으나 미국 증시가 개장 후 급락하자 3~4%대로 낙폭을 키웠다.
미국 역시 개장 후 2분 만에 다우지수가 2% 이상 급락했고, 이후 낙폭을 키워 오전 11시(현지시간) 현재 다우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 모두 3% 넘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후속조치로 국책모기지기관인 패니메이과 프레디맥의 신용등급 역시 AAA에서 AA+로 낮추고, 지방ㆍ주정부 및 민간 금융기관의 신용등급도 낮추겠다고 발표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대신증권 홍순표 시장전략팀장은 "현재로선 전망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미국의 정책의지, 글로벌 공조 여부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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