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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ㆍ8 검은 월요일/ 나라마다 정책수단 고갈… "美국채 투매 자제" 밖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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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ㆍ8 검은 월요일/ 나라마다 정책수단 고갈… "美국채 투매 자제" 밖엔 없다

입력
2011.08.0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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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의 악몽이 재연되는 것일까.

8일 비교적 선방하며 출발하는 듯 했던 주식시장이 장중 패닉(공포)으로 빠져들면서 3년 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 보였던 '금융시장 붕괴→신용 경색→실물경기 침체'의 악순환이 또 다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3년 전과는 여러모로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에도 불구, 거미줄처럼 얽힌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가 한 번 공포에 휩싸일 경우 순식간에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무색케 할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며칠간 주요국의 움직임이 이번 사태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형상 이번 사태는 3년 전과 닮은 점이 많다. 먼저 금융시장의 패닉 양상. 리먼 사태 당일 미국 다우지수가 4.2% 하락하자 코스피는 추석 연휴를 지나자마자 6.1%나 급락했다. 지난 5일 뉴욕증시 종료 후 발표된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8일 코스피는 3.82% 하락했다. 당일 충격은 당시보다 다소 적었지만, 지난주부터 이어진 급락세를 감안하면 오히려 리먼 사태 때보다 강도가 세다는 분석도 많다.

두 사건 모두 신용의 위기에서 촉발된 점도 비슷하다. 다만 3년 전 위기가 민간(금융기관)의 부실 우려였다면 이번엔 각국 정부의 채무가 초점이라는 것이 차이점. 또 당시에는 금융권 부실이 어디에 얼마나 숨어있는지 몰랐다는 게 공포를 더 키운 반면, 이번에는 어느 정도 채무규모는 알고 있다는 점도 구별된다.

일부 믿을 구석도 있다. 각국을 막론하고 전반적인 경기 둔화 속에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일로이던 3년 전에 비해 지금은 상대적으로 견실한 기업 실적이 그나마 버팀목일 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위기에 맞설 각국 정부의 정책수단이 3년 사이 고갈됐다는 점이다. 리먼 사태 당시 미국 정부는 즉각 대규모 국채를 매입하면서 천문학적 경기부양 자금을 쏟아부었고 유럽과 일본, 중국 등 각국 역시 재정지출 확대와 기준금리 인하 등 공동 전선을 폈다.

하지만 이번 위기가 당시의 후유증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더 이상 각국은 경기 부양 카드를 쓸 여력이 없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의 금리는 여전히 역사상 최저 수준이며 인플레 우려까지 감안하면 금리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은 채무협상 타결 이후 재정지출 감축까지 약속해 추가로 쏟아 부을 돈 역시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점 때문에 또다시 전세계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이 공포심리에 휩싸이는 순간 신용경색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3년 전 위기의 경험이 학습효과보다는 오히려 트라우마로 작용해 패닉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G7 및 G20 국가들이 탄탄한 공조를 과시하며 위기를 탈출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이번엔 국제 공조의 효과도 그다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에도 주요 7개국(G7)과 G20 국가들은 8일 잇따라 공동성명을 내고 국제 공조를 강조했지만, '미국 국채 투매 자제' 이상의 카드는 없는 게 현실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대선 선임연구원은 "3년 전보다 한국 경제의 위기 대비 정도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패닉 상황에는 안전하지 못하다"며 "이번 주 미국 등 주요국의 시장 움직임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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