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에 위기가 찾아 오면 화폐 가치와 국채 가격의 급락으로 이어지기 마련. 그렇지만 매번 미국은 이 공식을 철저히 비껴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대표적이다. 당시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금융위기가 촉발됐지만, "그래도 믿을 건 미국 뿐"이라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오히려 달러화와 미 국채 가치는 급등했다.
그렇다면 국가 신용등급까지 강등된 이번에도 달러와 미 국채는 온전할 수 있을까.
8일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가치는 소폭 약세를 보였다. 달러당 유로 환율은 전날보다 0.5% 이상 상승(달러 약세)하면서 유로당 1.43달러대에 거래됐고, 엔ㆍ달러 환율도 0.7% 이상 떨어지면서(달러 약세) 달러당 77엔 후반대에 머물렀다.
특히 달러화는 스위스 프랑과 중국 위안화 대비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세(달러 강세)를 이어갔지만, 외국인들의 대규모 주식 매도에 따른 달러 환전 수요가 늘어난 탓이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달러화 가치는 이번에도 강세를 띨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증시 패닉으로 투자자들이 주식 등과 같은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현재로선 달러와 미 국채를 대신할 투자처가 없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신용등급 강등은 미국의 통화가치 하락과 직결되나, 글로벌 경기둔화,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일부 완화되면 전체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될 경우 안전자산 선호심리 재부상으로 달러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역시 중장기적으로는 달러 약세, 그리고 미 국채 가격의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의 비중(1999년 72%)은 올 3월 현재 60.7%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이머징마켓그룹 회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달러화와 미 국채가 안전 자산이었지만, 지금은 이미 달러와 미 국채의 가치가 하락했다"고 강조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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