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삶과 문화] 봉사 소고(小考)2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삶과 문화] 봉사 소고(小考)2

입력
2011.08.08 11:39
0 0

법정(1932-2010) 스님은 수필집 '오두막 편지'에서 "진정한 만남은 상호간의 눈뜸이다. 영혼의 진동이 없으면 그건 만남이 아니라 한 때의 마주침이다" 라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아프리카 순방 중에 있었던 에티오피아에서의 1박2일간 봉사활동은 빌 게이츠 회장의 권고 때문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봉사활동을 통해 "주는 것 보다 얻은 것이 더 많았다"며 "아프리카 대륙을 떠나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 큰 대륙과 대한민국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면서 이번 순방을 되돌아 봤다"고 했다. 국가 정상이 빈부에 대한 편견 없이 다양한 사람들과 공감하는 면모를 엿볼 수 있음에 국민으로서 새삼 은근한 자긍심이 느껴졌다. 어린 시절 이미 삶 속에서 절대 빈곤을 체득했던 이 대통령이 게이츠 회장, 에티오피아와의 진정한 만남으로 영혼이 진동하는 눈뜸의 체험을 통해 '함께'라는 단어와 더불어 '봉사'가 가진 놀라운 깨달음을 되새겼으니,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성숙함으로 진일보하리라는 기대를 가지게 된다.

자동차 왕이라 불리는 헨리 포드(1863-1947)의 "Coming together is a beginning. Keeping together is progress. Working together is success.(모이면 시작이고, 모임의 관계가 지속되면 진보이며, 함께 일하면 성공이다)"라는 말을 나름대로 해석해서 여러 곳에 인용했는데, 나는 특별히 'TOGETHER(함께)'라는 단어가 주는 독특한 매력에 주목하고 있다. 봉사가 시작되면, 봉사자와 수혜자가 어우러지는 삶의 잔치가 벌어지게 마련이다. 모이는 것이 단초가 되어 봉사활동이 일정 기간 지속되면, 세포가 성장과 분화를 거듭하며 특정 생명체를 구성하는 것처럼 봉사는 자연스레 협력공동체로 진화한다.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봉사자와 수혜자라는 일방적인 구분은 없어지고 '너와 나' 모두가 하나 되어 함께 일하며 서로의 마음, 생각, 문화, 역사, 물질, 의술, 명예, 권력 등 자신의 소유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내려놓고, 마침내는 헌신적인 섬김과 사랑의 나눔으로 서로를 채워주는 감사와 기쁨이 살아있는 삶의 축제로 승화한다. 불가사의한 사실은, 진지한 마음으로 봉사와 만난 사람은 예외 없이- 때로는 호기심이나 가벼운 마음, 심지어 교만한 마음을 가졌던 사람조차도- 봉사를 통해 '되로 주고 말로 받았음'을 이구동성으로 고백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자니 누구라도 그 종류와 정도에 차이는 있겠으나 근심걱정, 상처와 아픔이 있게 마련이고, 사회ㆍ가족 구성원으로서 때때로 만나게 되는 무관심, 갈등, 분노, 원망, 불공평, 열등감, 두려움, 오만, 독선, 지배욕, 불화, 시기, 자기집착, 죄책감, 사랑의 결핍 등의 어두운 그늘을 벗어나기가 그리 쉽지 않다. 봉사와의 만남으로 그 실마리를 풀어 보는 것은 어떨까.

'만남'에 관한 정채봉(1946-2001) 동화작가의 글이 지혜로움을 담고 있다.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이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오니까.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이다. 피어 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 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 주니까."

백광진 중앙대 의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