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판 '아내의 유혹'을 보는 것 같았다. 연인에게 버림받은 한 인간이 보란 듯이 성공해 복수하는 한 편의 드라마. 타이거 우즈(36ㆍ미국)의 전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48ㆍ뉴질랜드)가 반격에 성공했다.
윌리엄스는 8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의 파이어스톤 남코스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4라운드에서 새로운 파트너 아담 스콧(31ㆍ호주)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날 5언더파를 몰아친 스콧은 최종합계 17언더파 263타를 기록했다. 자신을 해고한 우즈의 복귀 무대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윌리엄스는 "캐디 인생 33년 동안 이번 우승이 최고의 순간"이라고 힘줘 말했다. 12년간 동고동락하며 72승을 합작했던 우즈에게 설욕의 펀치를 날린 셈이다.
스콧은 세계 6대 골프투어 단체가 공동 주최하는 WGC 시리즈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해 상금 140만달러(약 15억원)를 받았다. 미국 무대에서는 8번째 우승. 한때 차세대 골프황제로까지 불렸던 스콧은 지난 2009년 세계랭킹에서 50위 밖까지 밀려나기도 했으나 최고의 도우미인 윌리엄스를 만나 재기에 성공했다. 스콧은 "윌리엄스는 그 누구보다도 이 곳 파이어스톤 골프장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우즈가 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7번이나 우승을 차지했을 때 윌리엄스는 항상 곁에 있었다.
리키 파울러(23ㆍ미국)와 세계랭킹 1위 루크 도널드(34ㆍ잉글랜드)가 13언더파 267타를 쳐 공동 2위를 차지했다. 김경태(25·신한금융그룹)는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합계 10언더파 270타로 공동 6위에 올라 메이저대회를 포함한 굵직한 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양용은(39·KB금융그룹)은 공동 53위(4오버파 284타), 최경주(41·SK텔레콤)는 공동 59위(6오버파 286타)로 대회를 마쳤다.
한편 왼 다리 부상으로 3개월여 만에 출전한 우즈는 친구인 바이런 벨을 캐디로 고용했으나 1오버파 281타 공동 37위로 대회를 마쳐 스콧에 18타 차로 완패했다. 그러나 우즈는 "대회에 나온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면서 "이번 대회에서 괜찮았던 샷 감각을 앞으로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여전히 자신감을 보였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