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니, 루돌프?" 주근깨 가득한 소년이 스크린 안에서 함박 웃음을 짓는다. 12세 소년 루돌프는 공포영화를 만드는 게 취미다. 필름 대신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제 목소리로 음향과 대사를 넣는다. 신부는 이런 루돌프에게 같이 영화를 만들자고 제의한다.
외톨이 소년이 영화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과정을 그린 라트비아 다큐멘터리 '잘 지내니, 루돌프?'(감독 로버트 루빈스)가 19일 EBS국제다큐영화제(EIDF)의 여덟번째 막을 올린다.
EDIF는 영화제가 열리는 장소를 찾지 않고도 지상파 TV에서 출품작을 즐길 수 있는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영화제다. '세상에 외치다(Be the Voice)'를 주제로 25일까지 열리는 올해 행사에는 83개국에서 664편의 작품을 출품했다. 지난해보다 18개국, 128편이 늘어났다.
이중 29개국 51편을 엄선해 EBS TV에서 방송한다. 평일은 낮 12시20분부터, 토요일은 오후 2시30분부터, 일요일은 오후 5시50분부터 하루 8시간씩. 상영작은 서울 도곡동 EBS 스페이스,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 이화여대의 아트하우스 모모 등 극장에서도 볼 수 있다.
올해는 '교육 다큐멘터리' 경쟁부문을 신설한 것이 눈에 띈다. 개막작을 비롯해 영국 사우즈 리즈의 한 학교를 배경으로 치어리더 세계에 뛰어든 소년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담은 '소년 치어리더', 트란실바니아의 작은 마을에서 집시 아이들이 학교의 인종차별과 싸워가는 '우리들의 학교',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학업에 정진하는 6명의 이야기를 담은 '비싼 교육' 등 6편이 올랐다.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볼 만한 작품들이다. 정민아 EIDF 프로그래머는 "다큐멘터리가 세상에 하는 역할과 그 기능이 무엇인지를 이번 영화제를 통해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쟁부문 '페스티벌 초이스'에는 한국 이란 헝가리 등에서 출품한 12편이 올랐다. 이밖에 한국다큐멘터리의 현 주소를 살펴보는 '한국 다큐멘터리 파노라마' 8편, 디지털 시대의 다큐멘터리를 고민하는 'D-월드' 4편 등이 관객들을 찾아간다. 곽덕훈 EBS 사장은 지난 2일 열린 설명회에서 "EIDF가 특히 교육적인 면에서 인정받는 행사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개막식은 19일 오후 7시 35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딜라이트 다목적홀에서, 폐막식을 겸한 시상식은 25일 오후 7시 35분 도곡동 EBS 스페이스에서 열린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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