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오후 경기 안양시에 경기도 내 시장 군수들이 모였다. 민선5기 제 4차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가 열린 이날 염태영 수원시장은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안건으로 제출했다. ‘공공기관 종전부지에 대해 국토해양부 장관이 용도지역 변경 등을 요구하면 지자체장은 이를 도시관리계획에 반영해야 한다’는 조항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회의에 참석한 시장 군수들은 “지자체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안건은 만장일치로 원안가결됐고, 협의회는 행정안전부와 국토부에 정식으로 건의할 예정이다.
지방이전 공공기관 종전부지에 대한 국토부의 일방적인 매각 추진에 경기도 지자체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재정 투입 없이 이전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매각이 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을 키우고 난개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8일 국토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내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국가 소속기관과 정부 출연 공공기관은 모두 51개다. 이중 현재까지 매각이 성사된 곳은 고양시의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과 수원시의 국립식량과학원 등 10여 개에 불과하다. 올해 매물로 나온 용인시의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원시의 농수산식품연구원 등 18개 기관은 아직까지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급해진 국토부는 올해 6월 초 서울의 한 호텔에서 ‘국토해양 투자포럼’을 열어 외국인 투자자 및 기업, 부동산개발업자 등을 상대로 공공기관 매각을 홍보했다. 같은 달 말에는 기관투자자 600여명을 대상으로 ‘매각 로드쇼’를 개최해 성남시의 한국식품연구원은 고급 주택단지, 안산시의 한국시설안전공단은 주거용 오피스텔 등의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에 일반 매각에서 유찰될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만 매입이 가능했던 것을 7월 1일부터는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지방공기업들도 매입할 수 있도록 특별법 시행령까지 개정했다.
상황이 이렇자 지자체는 물론 시민ㆍ사회단체들까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공공기관 이전비용 마련을 위해 지역 여건이나 주민 의견 등을 수렴하지 않고 수익시설 위주로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해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용적률이 낮아 개발이 어려운 자연녹지지역 내 종전 부지들은 용도지역 변경이 불가피하다. 경실련 경기도협의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일방적이고 원칙 없는 매각’이라고 비판했다. 박완기 협의회 사무처장은 “이전 부지 대부분이 수원 과천 용인 화성 성남 등 개발사업이 포화상태에 이른 경기 남부에 집중돼 있어 중앙정부의 일방적 용도변경으로 인한 난개발 및 주택 과잉공급 등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이미 지자체와 협의 중이라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별법상 도시관리계획 반영 전인 활용 계획 수립단계에서 지자체장과 협의해야 하고, 용도지역 변경이 필요한 자연녹지지역도 전체 종전부지 가운데 15곳 정도로 많지 않다”고 해명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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