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전체가 관광지인 제주에 국가정보원이 대규모 청사를 새로 짓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갖은 궁금증과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다.
의문은 청사 규모에서 시작된다. 정치권과 제주도, 사정당국에 따르면 국정원은 제주시 오라동 일대에 3만6,400㎡ 부지를 매입, 제주지부 청사로 사용할 건축물을 신축하고 있다. 현재 공정률은 80% 수준으로 올 연말 완공 예정이다.
7일 한국일보의 확인 결과, 신축 공사현장에는 건축물의 수평 단면이 'Y' 형인 지하 1층, 지상 3층의 본청사(건축 연면적 9,200㎡)와 숙소동 등 3개의 부속건물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제주지부 직원이 100명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호화 청사"라고 말했다. 지난해 감사원이 밝힌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1인당 평균 업무 면적(13.25㎡)보다 7배 가량 큰 셈이다. 민원인 공간이 필요 없는 기관임을 감안하면 체감 면적은 훨씬 넓다.
이곳 사정에 밝은 한 제주시민은 "지금의 지부 청사(아라동 소재)보다 10배는 커 보인다"며 "직원 휴양별장 아니고서야 이렇게 클 이유가 있냐"고 반문했다. 실제로는 현재의 청사(부지 1만8,000㎡, 본청사 약 2,120㎡)보다 부지는 2배, 본청사는 약 4.3배 가량 큰 것으로 파악됐다.
특혜 의혹도 제기된다. 이곳은 자연녹지로 지정돼 일반인의 경우 건축 허가가 쉬 나지 않던 지역이다. 그런데 국정원은 2009년 6월 제주시에 제주지부 청사 신축 계획을 업무협의 공문을 통해 알린 뒤 작년 6월 착공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국가 기관이 건축과 관련된 업무협의를 요청해오면 관련 규정(건축법 공용건축물에 대한 특례)에 따라 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지만 허가 속도가 일반 건축물에 비해 아주 빨랐다는 지적이 많다.
주민들의 불만도 크다. 홍신생(70) 정실마을회장은 "수백년째 뿌리 내리고 사는 주민들에게는 설명회 한 번 갖지 않고 양해의 말 한마디 없이 공사가 진행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 지역은 10여년 전 그린벨트에서 해제되고 최근에는 4차선 도로까지 생겨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가 높았는데, 국정원이 들어서면서 무산돼 주민 불만이 커졌다"고 말했다.
새 청사의 위치도 논란거리다. 기존 청사처럼 높은 담으로 가렸지만 건물이 높고 부지가 주변보다 낮아 인근 도로에서 들여다 보였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내부가 들여다 보이는 것도 문제지만 정보기관은 전략적으로 분산 배치가 원칙인데 이 경우엔 기무사와 나란히 서게 됐다"며 "위치 선정이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제기된 의혹과 논란 등에 대해 국정원은 "어떤 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제주=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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