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석유 제품 가격은 하락세로 전환됐지만, 국내 휘발유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계속 오르고 있다. 국내외 시세의 시차효과를 감안해도 쉽게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5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거래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6.18달러 내린 101.05달러를 기록했다. 하룻 만에 5.76%나 폭락한 것.
우리나라 수입원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두바이유는 7월 평균가가 110.25 달러. 한달 동안 110달러 안팎에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가 8월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배럴당 113.21달러로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나흘 연속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4일간의 낙폭은 12.16달러나 된다.
이처럼 두바이유가 하락세로 전환된 것은 세계경제의 둔화에 따른 기름 소비수요 감소 전망 때문이다. 미국은 더블딥 우려가 커지고 있고 유럽은 재정 위기에 휩싸인 상태다.
싱가포르 현물시장 등 국제 석유제품 가격도 같은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달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보통휘발유(옥탄가 92) 평균 가격은 배럴당 123.38달러였지만 8월 들어 하락세로 반전됐으며 지난 5일엔 전날보다 6.36달러 하락한 113.88달러를 기록했다. 7월1일(119.70달러) 이후 한달여 만에 처음으로 110달러 선으로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국제시세의 내리막 곡선과는 반대로 국내 휘발유 가격은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평균가격은 ℓ당 100원 할인 종료(7월7일) 이후 단 하루도 빠짐없이 올랐고, 서울지역 주유소 가격은 사상 최악의 오일쇼크가 불어 닥쳤던 2008년의 최고기록을 연일 갈아치웠다. 7일 현재 전국 주유소 보통휘발유 판매 가격은 ℓ당 1954.20원, 서울지역 보통휘발유 가격은 2029.55원을 나타내고 있다.
국제 유가가 이처럼 떨어지는데도 국내 휘발유 가격이 계속 오르는 건 기름값 할인 종료 이후 정유사들이 단계적인 공급가격 환원을 이유로 값을 계속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정유사들이 기름값 인하에 따른 지난 2분기 손실을 최근 공급가격 인상분으로 만회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정유사들의 공급가격은 최근 들어 급격히 오르는 추세다. 정유사의 보통휘발유 공급가격은 7월 1주차 ℓ당 1761.75원에서 7월 3주차에는 1833.23원으로 2주 사이에 70원 가량 급등했다. 이어 4주차에는 1825.21원으로 전주 보다 다소(8.02원) 내렸으나 이는 기름값 할인조치 이전인 지난 4월 1주차(1817.26원)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국내 석유제품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물론 정부는 국내 정유사들이 보통 국제 유가 변동분을 2주 후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달 중순부터는 국제유가의 하락세에 맞춰 국내 기름값도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분기 손실만회를 위해 정유사들이 쉽게 기름값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며, 내리더라도 그 폭은 국제시세 하락분에 훨씬 못미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 제품가격이 하락한다 해도 소비자들이 당장 체감 효과를 느끼기 까지는 시일이 걸린다"며"단순히 국제 유가와 환율을 보통휘발유 가격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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