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스텔스 침투 능력 및 초음속 순항 기능을 갖춰 '지구상 최강의 전투기'로 불리는 미 공군의 F-22 랩터(Raptor)가 계속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F-22는 대당 가격이 4억1,2000만달러 (약4,4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비싼 몸값을 자랑하지만 2005년 도입 이후 단 한 번도 정식 작전을 수행하지 못했고, 잦은 고장과 설계결함 때문에 유지 보수에만 천문학적 혈세가 들어가고 있다.
6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F-22가 5월 3일 이후 안전점검 때문에 지상에만 머무르고 있다"며 "조종사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 오작동이 10건 이상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산소발생장치 오작동은 현재까지 발견한 F-22의 문제점 중 가장 치명적인 결함으로 간주되고 있다. 전투기가 높은 고도에서 고속비행할 경우 인위적으로 산소를 공급하지 않으면 조종사가 의식을 잃게 된다. 정확한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산소발생장치 관련 사고가 지금까지 14차례 정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던 F-22도 같은 이유로 산악지역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F-22가 미 공군의 골칫거리가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F-22는 도입 직후 조종석 덮개가 열리지 않아 조종사가 5시간 동안 갇히는 사고를 일으켰다. 2007년에는 자동항법장치에 문제가 발생했고, 지난해에는 설계 결함 탓에 물이 새는 바람에 조종석 부근에 녹이 슬어 총 14대의 조정석을 교체했다. 스텔스 기능을 하는 전투기 표면도 녹 때문에 부식돼 교체해야 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1시간을 비행할 경우 유지관리에 45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정비가 어려운 기종이기도 하다.
록히드마틴의 1인승 쌍발기 F-22는 1980년대 구 소련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됐는데, 구 소련 붕괴에도 불구 방위산업체의 집요한 로비 덕에 91년 의회에서 생산 계획이 최종 승인됐다. 그러나 미국은 F-22의 생산 비용이 많이 들고 가상적국(중국ㆍ러시아)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 속도가 더뎌, F-22 수출을 금지하고 좀 더 저렴한 F-35 생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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