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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3대 신용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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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3대 신용평가사

입력
2011.08.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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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는 롤러코스터의 정점에서 미끄러지듯 국가 신용도의 급전직하(急轉直下)를 경험했다. 분하고, 낯설고, 무시무시한 경험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1997년 12월 3일 직후부터 사단이 벌어졌다. 우리는 구제금융 신청으로 대외채무 지급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디스는 오히려 구제금융 직전 ‘A3’로 투자적격이었던 국가 신용등급을 불과 한 달 동안에 4단계나 깎아내려 투기등급인 ‘Ba1’으로 매겨 버렸다. S&P와 피치 IBCA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국 깎아 내리기’에 동참했다.

▦미치고 펄쩍 뛸 일이었다. 우리는 뉴욕에서 해외 채권자들과 단기외채 만기연장 협상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국가 신용등급이 원리금 상환이 확실한 ‘A3’에서 졸지에 투기등급으로 추락했으니, 외채 만기연장 금리는 자동으로 치솟게 됐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조정은 일개 민간 신용평가사의 참고자료가 아니라, 한 나라 경제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절대기준이었다. 외환위기 전엔 이름조차 낯설었던 무디스, S&P, 피치 IBCA 등 이른바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의 가공할 만한 권력의 실체를 뼈저리게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3대 신용평가사 중에서도 무디스와 S&P는 단연 전 세계 신용평가를 좌우하는 양대 산맥이다. 복수 신용평가 채권을 포함해 무디스가 전 세계 채권발행 물량의 약 70%를, S&P가 50%를 각각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힘이 커질수록 평가에 대한 불신과 의구심도 점점 커져왔다.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에 대한 롤러코스터식 신용 강등에 대해서는 무디스조차 암암리에 오류를 인정하고 있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문제의 부채담보부증권(CDO)에 ‘트리플A’급 평가를 한 것이나, 최근 그리스 재정위기에 대한 뒷북 평가 역시 의구심의 대상이다.

▦3대 신용평가사에 대한 불신엔 미국 국가 신용등급 평가에 대한 의구심도 큰 자리를 차지해왔다. 모두 영미계열이기 때문에 미국에 대해서만은 ‘관대한 평가’를 한다는 의혹이 그것이다. 사실, 잠재력에 대한 역사적 믿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의 재정적자와 대외채무로 허덕이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지난 70년 동안 변함없이 ‘트리플A’급이었다는 건 국제금융시장의 대표적 미스터리로 꼽힐 정도다. 최근 S&P가 미국 신용도를 ‘AA+’로 한 단계 강등시키면서 짐짓 ‘평가의 의무’를 강조한 것도 확산되고 있는 신용평가사에 대한 불신을 의식한 제스처 아닌가 싶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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