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에서 동계올림픽 개최가 결정되던 날 밤에는 기쁨으로 발표 장면을 수 없이 보면서 밤잠을 설쳤다. 김연아 선수의 실력이 스포츠 외교에도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을 온 국민이 뿌듯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나의 독일 유학시절 중 동계올림픽, 세계선수권, 유럽선수권 대회 챔피언이었던 카타리나 비트 선수는 얼음위에서 모든 것을 표현해 내는 요정 같은 존재였다. 언제 우리나라도 저렇게 우아하고 완벽하게 스케이팅 하고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도 이름을 날리게 되나 하고 마냥 부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스포츠계의 여성파워는 국제적 무대에서 적은 선수층으로도 한국여성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왔다. 농구, 배구, 탁구, 핸드볼 같은 구기 종목에서 시작하여 양궁, 사격, 빙상, 골프 등에서도 대한민국 국민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정말 멋진 경기를 펼치고 있다.
좋은 경기 결과를 접할 때마다 우리나라의 여성과학기술자들도 국내외적으로 미래를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인정받고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그 능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하게 된다.
2007년부터 극지연구소 소장으로서 남극국가프로그램회의에 한국대표로 참석하고 있다. 첫 번 참가에서 러시아와 호주의 원로 극지과학자들로부터 선박, 항공, 기지 운영 등 극지지원과 관련하여 이미 4명의 여성이 활동중이고 월동대원으로서 남극기지에서 1년 이상을 보내는 여성과학자가 수십 명이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동안 여성 월동연구원, 기지운영팀장이나 장보고과학기지 건설 시 환경영향 담당 여성 과학자의 활동 등 우리나라의 여성 극지 전문인력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남극과 북극, 해양, 우주항공 등 복합 거대과학분야에서의 여성의 참여는 외국과 비교할때 격차가 더욱 크다. 우리나라의 강인한 여성 파워가 이러한 거대과학분야에도 활발히 진출한다면 선진국과의 과학기술 차이를 좁히는데 견인차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계뿐만 아니라 정부도 미래를 움직이는 원동력인 여성과학기술인력의 양성 및 능력 발휘를 위한 정책, 다양한 교육과 과학문화활동 등 여러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쇄빙연구선 아라온을 타고 연구항해 중이거나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도 활동할 때에도 집에 있는 가족이 걱정되면 이메일로 연락하고 남녀 구별 없이 각자 맡은 연구하는데 불편함 없을 정도로 여성과학자에 대한 배려를 하고 있다. 그런데 지구과학, 우주과학 같이 정말 큰 자연을 상대로 탐구하거나 토목공학 같은 분야에 진학하는 여학생의 비율은 적지 않지만 취업하고 계속 활동하는 여성인력은 아직도 적은 편이다. 과학활동하는 연구자만이 머물 수 있는 남극대륙, 떠 다니는 빙하와 바다얼음으로 뒤덮힌 남북극 바다, 백야의 시베리아 동토와 이누이트 원주민, 그 모든 것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너무 일찍 상실된 것은 아닐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남자와 여자는 태생적으로 유전적인 차이도 많고 감정이나 직관능력의 차이도 있다. 더욱이 어릴 때부터 겪은 경험의 차이는 전문분야에 있어서 사고 패턴과 논리 패턴의 차이로 이어지고 맡은 일의 해결방식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젊은 여성과학도가 남들이 흔히 택하지 않는 전공분야에 대해 도전의식을 갖고 전문가가 된다면 과학기술을 통한 국제 경쟁력 제고는 확실할 것이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섬세함을 장점으로 내세운 분야에 여성 인력이 집중하는 것도 결국 창의력과 다양성의 새로운 공급원으로서 여성의 잠재력을 키우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이홍금 극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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