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바라보는 중국의 표정이 어둡기만 하다.
5월말 현재 1조1,600억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세계 최대의 채권국으로서, 커지는 손실을 지켜보고 있자니 속이 쓰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추락하는 미국 경제를 보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처럼 구원투수로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새 모멘텀의 필요성
수출생산 주도의 고성장을 이룩해온 중국은 최근 스태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조짐이 잇따르면서 '중진국 함정'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중국은 30여년에 걸친 압축성장을 통해 지난해 말 1인당 국내총생산(GDP) 4,000달러를 넘어서며 중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그러나 성장 기조를 지속할 수 있을지를 놓고는 전문가들조차 전망이 엇갈린다.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걱정은 그래서 나온다. 중진국 함정이란 1인당 국민소득이 4,000~1만달러 사이에서 장기간 정체하는 현상이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 남미 국가와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이 이 현상을 겪고 있다. 이들 국가는 아직도 중진국의 늪에서 못벗어나고 있는데 중국도 그런 현상을 겪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바짝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채무불이행(디폴트)을 겨우 모면한 미국과, 재정위기로 휘청거리는 유럽 국가들로부터 밀려드는 쌍끌이 금융위기가 '세계의 공장' 중국의 수출과 생산을 위축시켜 내년 GDP 성장률을 2% 정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최근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경기악화의 파문이 중국 경제에 벌써부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중국 제조업의 상황을 반영하는 구매관리지수(PMI)가 4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경기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글로벌 경제 환경이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러나 본질적 문제는 과거의 개혁개방 경제성장모델이 소진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성장 모멘텀을 통해 지속적 성장을 이루느냐에 모아진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30여 년간 자본투입 확대를 바탕으로 연평균 9.8%의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중국이 앞으로도 자본투입 확대를 통해 성장을 구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본과 한국은 투자와 수출중심의 성장모델로 장기간 고성장을 누린 후 자본투입의 생산성 제고가 한계에 달해 성장률이 둔화됐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은 2007년을 기점으로 자본투입 확대를 통한 고도성장이 끝나고 성장률의 기조적 하락기에 접어들었다. 물론 중국이 중서부 인프라 확충 등 자본투자로 향후 10년간 성장률을 7~8%대로 유지할 수는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성장률 둔화를 피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중진국 함정 벗어나기
산업구조 개편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구조를 조정하고 소비위주의 경제구조로 전환하는 것은 중국 경제가 목말라 하는 최대 목표이자 당면 과제다. 고부가가치산업 전환을 위해선 기술ㆍ경영혁신 등을 이끌 기업 경쟁력이 우선이다. 그러나 시장에 대한 규제와 기업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큰 구조에선 기업 경쟁을 통한 기술혁신은 벽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소비확대를 위해선 임금 상승에 따른 소득재분배가 이뤄져야 하지만 이 역시 장기 과제다. 오히려 최근에는 GDP 대비 소비 비율이 하락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중국 경제의 딜레마다. 성과에 집착한 고속철 참사사고를 비롯해 빈부ㆍ도농ㆍ지역ㆍ민족 갈등으로 빚어지는 고질적 사회 문제들은 중국이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기 위해 해소해야 하는 우선 과제이기도 하다.
장학만 베이징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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