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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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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갯벌

입력
2011.08.0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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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갯벌을 택했다. 지난해 여름휴가 땐 섬으로 갔으니 이번 휴가 땐 아이에게 또 다른 바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출발 며칠 전부터 아이는 "엄마, 우리 바닷가엔 언제 가요?" "가방에 수영복도 꼭 넣어야 돼!" "근데 우리 몇 밤 자고 올 거에요?" 하며 쉴 새 없이 물어댔다. 어린이집 방학하던 날엔 친구들한테 바닷가 갔다 올 거라며 신나게 자랑도 했다고 교사가 살짝 귀띔해줬다.

갯벌 하면 서해다. 우리 식구가 머문 곳은 충남 서산시 지곡면에 있는 조용한 펜션이다. 방 하나 부엌 하나에 거실 앞엔 숯불을 피울 수 있는 야외 테라스가 있고, 구불구불 흙길을 따라 아이 걸음으로 10분쯤 걸어 내려가면 끝이 보이지 않는 갯벌이 시야를 압도했다.

서해안 갯벌은 우리나라 전체 면적에 비해 아주 넓다. 미국이나 중국 캐나다처럼 땅덩어리가 원체 큰 나라야 그렇다 쳐도 한반도처럼 작은 땅에 유독 이리 넓은 갯벌이 생긴 건 참 놀랍다. 넓은 갯벌이 지속적으로 형성되기 위해선 지질학적으로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해안의 경사가 완만해야 하고, 조수간만의 차가 커야 하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속도가 느려야 한다. 지질학자들은 서해안이 불과 약 5,000~8,000년 전부터 이 같은 조건을 만족해왔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 전까지 서해는 육지였다 바다였다를 반복했다고 한다. 1억하고도 수천 만년이나 되는 한반도 나이에 비하면 갯벌은 코흘리개 어린애인 셈이다.

난생 처음 본 갯벌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는 진흙물을 오만 군데 튀기며 뜀박질을 시작했다. 처음엔 "발이 끈적끈적하네?"하며 신기해하더니 푹푹 빠져들어가니까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된 채로 다급하게 엄마아빠를 불러댔다. 발 느낌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니 아이가 갯벌의 움직임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발 옆에서 밑에서 게와 조개, 소라, 고둥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이다.

서해안 갯벌은 다양한 생물이 살기로 세계 으뜸이다. 진흙과 모래 자갈 등 쌓여 있는 퇴적물의 종류가 다양해서 가지각색 생물이 살 수 있다. 강을 타고 육지에서 흘러 들어오는 퇴적물과 중국 황하와 양쯔강이 실어 나르는 퇴적물이 모이는 데다 몬순기후 영향으로 부는 계절풍이 갯벌에 파도를 만들어 퇴적물을 섞기 때문이다.

최근 갯벌을 만드는 세 조건 중 하나인 해수면 상승 속도가 변하고 있단다. 지구 해수면 상승 속도를 평균 연 2mm라고 했을 때 100년 뒤 서해 해수면은 약 20cm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보는 과학자도 있다. 우리 세대가 누려온 풍성한 밥상을 아이 세대가 제대로 맛보지 못할까 지레 걱정된다.

임소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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