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양공고 산악부 학생들이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등산코스 중 하나로 꼽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 하프돔(해발 2,639m)을 암벽 등반을 통해 올랐다. 하프돔은 전 세계에서 매년 3,000만명 이상이 찾는 유명 바위산이지만 코스가 험난해 연 300여 건의 크고 작은 추락사고가 나고 있다. 미 등산전문잡지 '백패커'가 '가장 위험한 등산코스 5곳 중 한 곳'으로 지목한 곳이기도 하다.
하프돔을 오른 한양공고생은 이영건(3년) 김찬호(2년) 윤신영(1년) 군 등 3명.이들은 지난달 17일 등정에 성공했다.
산이 좋아 산악부에 들어간 '아마추어'들이 하프돔 도전에 나서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 4월 이었다. 한국산악회가 처음 고교생 대상으로 모집한 하프돔 등반 해외원정단에 지원해 선발된 것이다.
30년 넘게 산악인으로 살아온 이군의 아버지 이재은(49)씨가 아들에게 모집 사실을 전하며 등반을 권유했던 게 계기가 됐다. 이군은 "한번 해보겠다"고 결심한 뒤 다른 산악부 후배 2명과 의기투합했다. 이재은씨는 "도전 정신을 키워주기 위해 하프돔 등반을 권했는데, 영건이가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등반을 위한 준비는 혹독했다. 한국산악회의 도움으로 국내에서 두 달 가량 훈련을 하면서 체력과 담력을 키웠다.
한국을 떠나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도착한 것은 지난달 14일. 산의 가장 아래 부분인 캠핑장에 여정을 푼 등반팀은 다음달 곧바로 도전에 나섰다. 비교적 완만한 경사의 산등성이를 따라 14㎞ 가량 이어진 하이킹 코스를 소화하면서 1,400m 높이의 제2봉우리 밑까지 접근했다. 이튿날엔 본격적으로 제2봉우리에 오르기 시작했으나 예상대로 험로가 기다리고 있었다. 암벽 등반으로 한 시간에 갈 수 있는 거리는 길어야 50m 밖에 안 됐다. 포기할뻔 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서로를 격려했으며, 이재은씨와 한양공고 산악부 지도교사 이형근(55)씨가 학생들 곁을 떠나지 않았다. 드디어 지난달 17일 오전, 25시간의 암벽 등반 끝에 정상을 밟았다.
이형근씨는 "하프돔은 일반 등산로를 이용하면 제2봉우리에서 정상까지 1시간이면 갈 수 있지만, 학생들이 암벽 등반으로 올라 대견스럽다"며 "빠르고 편한게 좋은 것 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호군은 "힘들게 정상에 올라 축구장 서너 배 만한 평지가 펼쳐진 것을 보면서 아무리 어렵더라도 노력하면 분명 좋은 날이 온다는 걸 믿게 됐다"며 "잠시 접었던 대학 진학의 꿈을 다시 꾸겠다"고 다짐했다.
● 요세미티 하프돔
반원의 가운데를 자른 모양으로 생겨 붙여진 이름이다. 한쪽은 곡선이지만 다른 한쪽은 절벽인 독특한 형태의 바위산. 일반인들은 곡선 쪽에 마련된 등산로를 따라 오르지만 전문 산악인들은 90도에 가까운 절벽면을 따라 등반한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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