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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로 살겠다던 스님 9주기… 전방위 예술가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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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로 살겠다던 스님 9주기… 전방위 예술가로 돌아왔다

입력
2011.08.07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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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레/ 반은 미친 듯 반은 성한 듯/ 사는 게다/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는/ 산산이 부서지고/ 나는 참으로 고독해서/ 넘실넘실 춤을 추는 거야/ 나는 걸레.’

1977년 영국왕립아시아학회에서 한 스님이 자작시 ‘나는 걸레’를 낭독했다. 자신이 걸레가 되어 이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뜻이었다. 법명보다 ‘걸레스님’이란 별칭으로 더 잘 알려진 중광(重光ㆍ1935~2002)의 일화다.

중광 9주기를 맞아 그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는 회고전이 그가 떠난 후 처음으로 열렸다.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은 선화(禪畵), 유화, 시, 도자, 행위예술 영상, 영화 ‘허튼 소리’ 등 중광의 작품 200여점으로 꾸민 ‘걸레스님 중광-만행(卍行)’전을 21일까지 선보인다. 기인 행각으로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던 예술인 중광을 작품을 통해 새롭게 만나는 반가운 전시다.

전시는 동심(童心)과 엄마, 여자 등을 그린 ‘산에서 내려온 선(禪)’으로 시작된다. 제주도에서 태어난 중광은 어렸을 적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토대로 산, 말, 바다 등 동심의 세계를 선명하고 밝게 그렸다. 이동국 큐레이터는 “1960년 속세의 인연을 끊고 통도사로 출가했지만 중광의 예술무대는 속세, 특히 천진난만한 동심에 있었다”며 “그는 속세를 떠난 선의 세계는 텅 빈 허공과 같다고 보고 늘 성(聖)과 속(俗)을 넘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선, 동서를 넘나들다’에는 한 획으로 3초~1분만에 그린 ‘춤추는 학’ 연작, 다양한 모습의 달마를 표현한 ‘달마’연작 등이 나왔다. 수묵과 아크릴을 자유분방하게 뒤섞고, ‘만법귀일(萬法歸一ㆍ모든 법은 하나로 통한다)’을 내세우며 동서의 구분을 허문다.

전시는 그의 일생과 그 흔적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마무리된다. 화가 장욱진, 조각가 이영학, 도예가 장안요 등 수많은 예술계 인사들과의 교류를 통해 완성된 작품들이 전시됐다. 흙을 주물러 완성한 달항아리, 컵, 다완 등 도자 50여점은 중광의 전방위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킨다. 부처와 성모마리아 테라코타 작품도 함께 놓였다.

중졸 학력에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중광은 25세 때 불가에 귀의했지만 자신의 제사를 지내고, 성기를 확대 노출한 동물 그림을 발표하고, 알몸에 걸레를 둘러매고 화선지 위에 선화를 그리는 등 기행으로 79년 승적을 박탈당했다. 이후 그림, 영화 등 전방위 예술활동을 펼치다 2002년 세상을 떠났다. 성인 5,000원, 초중고생 3,000원. (02)580-1300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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