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증시가 추락하고 있는 현재 상황은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판일까. 결론적으로 주가의 급락하고 있는 현상 자체는 비슷하지만 원인과 정부의 움직임은 전혀 다르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며 일어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다우지수는 4.2% 하락했고 코스피도 추석 연휴를 지난 영업일 6.10% 급락했다. 최근 미국과 한국의 주가급락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진앙지는 차이가 있는데 리먼사태가 민간의 유동성 위기였다면 이번엔 미국과 유럽의 국가재정위기가 문제가 됐다. 민간의 신용부실에서 비롯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지출하다 정부가 큰 빚을 지게 된 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이러한 차이로, 리먼사태 당시 전체 부실 규모는 가늠할 수조차 없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불확실성은 적은 편이다. 한화증권 최석원 리서치센터장은 "2008년 당시는 금융시스템이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으나 지금은 2분기 무렵 시작된 경기둔화 현상이 예상보다 심한 것으로 나타나 불안감이 커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위기가 2008년보다 불확실성은 적다 해도, 위기를 극복할 정책적 수단이 한계를 노출했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크다. 리먼사태 때는 미국 정부가 국채를 사들여 통화량을 늘리는 양적완화조치를 통해 경기를 부양했지만 지금은 정부 자체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해 시장에 풀 실탄이 없다. 뉴욕타임스는 5일(현지시간) 1980년과 1981~2년 반복된 더블딥과 2008년 리먼사태와 2011년으로 이어진 현재 상황을 비교해 두 경우 모두 첫번째 침체는 신용불안에서 시작되고, 두번째 침체는 정부의 경기성장대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때 시작된다고 분석했다. 이번에도 80년대 초반과 같은 더블딥의 전형적 유형이라는 지적이다.
각국 정부의 국제공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리먼사태 때와 다른 점이다. 2008년에는 각국이 정부지출을 늘리고 금리를 낮추는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금리, 환율 등에서 각자 생존 전략을 짜고 있어 균열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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