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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검찰총장 청문회 비전 없이 해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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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검찰총장 청문회 비전 없이 해명만

입력
2011.08.0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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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저는) 수사지휘 라인에 있지 않아서…. 제가 평가하거나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4일 열렸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번 정부 들어 검찰 수사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한상대 후보자의 답변은 이랬다. 다른 동료ㆍ선후배 검사들이 온 힘을 쏟았던 사건들을 두고, 직접 관여하지도 않았던 자신이 왈가왈부하긴 곤란하다는 뜻이었다. 꽤나 부담스러웠을 법한 질문을 비껴간 '우문현답'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실소(失笑)를 감출 수 없었다. 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검찰은 현재 안팎으로 시련을 겪고 있다"고 했다. 어떠한 시련이라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그 중 하나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들의 의문이라는 점은 한 후보자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야당 의원들의 질문은 '개인 한상대'나 '검사 한상대'가 아니라,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에게 검찰이 처한 현실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 묻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한 후보자의 답변은 실망스러웠다.

위기의 해법은 정확한 현실 인식에서 나온다. 끊이지 않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대한 검찰총장의 견해는 곧, 향후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한 비전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한 후보자는 그러나 민감한 질문에 대해선 일단 피하자는 자세로 일관했다. 오죽하면 청문회를 지켜본 한 평검사마저 "우리 검사들에게조차 아무런 비전도, 철학도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고 푸념했을까.

한 후보자는 외부 컨설팅업체까지 동원해 예행연습을 하고, 각종 의혹 해명을 위해 도표도 5개나 마련하는 등 치밀하게 청문회를 준비했다. 이 때문인지 딸들의 위장전입 문제에 "깊이 반성한다"고 자세를 낮춘 것을 빼면, 나머지 의혹들에는 시종일관 당당하게 해명했다. 하지만 과거 문제에만 열중하느라 검찰의 미래에 대해선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은 것 같다.

김정우 사회부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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