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는 책은.
"성낙주의 <에밀레종의 비밀> . 일본 NHK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종으로 선정한 국보 29호 에밀레종은, '세상의 종은 에밀레종과 나머지로 분류된다'고 할 정도로 그 조형미와 사운드가 압도적이다. 위대한 문화유산 뒤에는 그에 걸맞은 전설이 따르기 마련이다. 종 만들기에 거듭 실패한 종장(鐘匠)이 아이를 끓는 쇳물에 넣으니 마침내 종이 완성된다. 그래서 종을 칠 때마다 아이가 어미를 원망하듯 '에밀레 에밀레' 하는 종소리가 난다. 에밀레종에 얽힌 이 전설은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그러나 <에밀레종의 비밀> 은 누구나 아는 그 전설의 이면에 숨겨진, 아무도 몰랐던 역사적 비밀을 밝히는 인문서다." 에밀레종의> 에밀레종의>
-왜 이 책을.
"나는 지금 이 책을, 1960년대 초에 만들어진 최무룡 김지미 주연의 '에밀레종'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영화를 상상하며, 세 번째 읽고 있는 중이다. '왕의 남자'와는 또 다른 종류의 궁중사극이 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묻힐 뻔 했던 이 책은, 지난 6월 눈밝은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3년 만에 재판을 찍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우리 역사 속에도 신탁(神託)과 신기(神器)에 얽힌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충격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그토록 위대한 문화 유산이 추악한 치정극과 권력다툼의 부산물이라는 아이러니를 실감케 한다."
-인상적인 대목은.
"에밀레종의 전설을 신라 혜공왕 때 왕실 내에서 벌어졌던 치정과 권력다툼, 배신, 음모가 뒤얽힌 역사적 사실로 재해석 해내는 저자의 치밀한 추적은, 어떤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보다도 정교하고 흥미롭다. 에밀레종의 상단부에 배치된 용과 음통을 만파식적 신화의 구현으로 보는 해석 또한 탁월한 미시사(微視史)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추천한다면.
"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 를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 내용의 파편성에 아쉬움을 느끼는 독자라면, 단 하나의 유물을 역사, 인문, 정치, 미술사, 과학기술사, 생활사 등을 동원해 총체적으로 조망한 이 책에 감동과 충격을 느낄 것이다. 또한 고대의 신화, 설화, 전설, 이야기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지 알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신 분은 인터넷에서 에밀레종 소리를 다운받아 꼭 한 번 들어보시길. 볼륨을 최대한으로 올리고. 경북 경주시에 가면 국립박물관에 걸려 있는 에밀레종 실물도 보시고." 문화유산답사기>
<에밀레종의 비밀> 은 에밀레종과 만파식적 설화를 토대로 중대 신라 왕실의 정치적 역학 관계를 추적한 역사서다. 신라 혜공왕과 섭정을 하던 만월부인의 권력 투쟁을 에밀레종을 매개 삼아 풀어낸다. 푸른역사ㆍ534쪽1ㆍ2만5,000원. 에밀레종의>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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