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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고민 털어놔봐, 끙끙 앓지 말고" 귀화경찰관들, 다문화 청소년 멘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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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고민 털어놔봐, 끙끙 앓지 말고" 귀화경찰관들, 다문화 청소년 멘토로

입력
2011.08.0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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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원래 한국인이 아니어서 힘든 점은 뭔가요." "친구들이 이유 없이 놀리니까 자꾸 기운이 빠져요."

4일 저녁 충남 아산시의 경찰교육원. 경찰청이 중국 필리핀 일본 등 6개국 출신 어머니를 둔 다문화 가정 청소년 86명을 대상으로 개최한 '경찰 체험 하계캠프'에 참석한 학생들이 하나 둘 평소의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들의 얘기를 들어준 2명의 경찰관 역시 중국, 필리핀 등에서 귀화했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이들인 만큼 이야기는 쉽게 통했다.

필리핀 어머니와 한국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서미애(12ㆍ서울 영남초 5학년)양의 고민은 하나였다. "우리 아빠는 요리사인데 가정적이고 술 담배도 하지 않는다. 엄마도 우리를 잘 보살펴줘 행복한 집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학교만 가면 남학생들이 엄마가 필리핀에서 왔다고 놀린다. 왜 놀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2009년 한국에 정착한 야설(17)양은 한국 국적을 취득한 중국 출신 어머니와 함께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산다. 그는 "나는 아직 한국 국적이 없고, 한국어도 잘하지 못해 이제야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됐는데 공부는 어떻게 할지, 친구들은 잘 사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학생들의 고민 토로에 귀화 경찰관들이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2001년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지난해 중국어 특채로 경찰관이 된 이춘려 경장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국이 다른 것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며 "어머니 나라의 언어를 열심히 배우면 한국어에 그 나라 언어까지 알게 되니 나중에 직장을 잡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나벨 경장은 필리핀에선 생물교사로 일했지만 1997년 한국에 건너 와 농사, 방과후학교 영어교사, 경찰서 필리핀어 통역을 병행하다 귀화 경찰관이 됐다. 그는 "필리핀에선 머리를 만지는 게 실례인데 한국 사람들은 얼굴을 잘 만진다. 그래서 한국에 처음 왔을 땐 오해와 갈등이 생겼다. 하지만 양국 문화를 모두 이해하게 되니 생각도 넓어지고 포용력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다문화, 외국인 이주 노동자 가정의 자녀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올해 처음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캠프에 참석한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또 음악회 감상, 경찰장비 체험, 물놀이, 독립기념관 관람 등으로 1박2일의 시간을 보냈다.

아산=이정현기자 joh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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