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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사람/ 대법서 침뜸학습센터 인정 받은 구당 김남수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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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사람/ 대법서 침뜸학습센터 인정 받은 구당 김남수옹

입력
2011.08.0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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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에이즈 완치시켰다 한 적 없어… 중국서 치료재개"

"당연한 결정 아니겠습니까?"구당(灸堂) 김남수(96)옹의 목소리가 밝았다.

4일 보도된 대법원 판결 때문이다. 대법원은 구당이 운영하던 인터넷 침뜸 학습센터의 원격평생교육시설 신고를 반려한 서울시 동부교육청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구당을 패소 판결했던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침뜸 학습센터를 계속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감을 묻자, 전화기 너머에서 기분 좋은 웃음소리부터 들렸다. 현재 중국에 머무르고 있는 구당은 "3일 연락을 받았다. 별 문제가 없는 침뜸교육을 한의사들이 문제 삼아서 이렇게까지 문제가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잠시 서울에 들른 구당을 만났을 땐,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논란이 됐던 일을 질문하면 "전에 다 얘기 했으니 말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거부하거나 때때로 "왜 쓸 데 없는 것을 자꾸 물어 보느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자신을 둘러싼 비판적인 기사 때문인지 언론에 대한 피해의식을 숨기지 않았다. 그래서 2시간의 인터뷰는 그 '대화'와 '언쟁'사이를 수시로 넘나들었다.

어쨌든 물을 건 물어야 했다. 특히 "구당이 침뜸으로 암 종양을 줄이고 에이즈도 완치했다"는 얘기는 어디서 비롯된 건지 궁금했다. 그는 지난해 1월 기자회견을 하면서 "미국 애틀랜타의 뉴호프 병원에서 임상치료를 통해 암 환자들의 구토증세와 어지러움증이 사라졌고 종양이 크게 줄어드는 것도 확인됐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 발언 이후 일각에서 "뉴호프병원은 호스피스 병원이라 암 치료에 대한 임상시험을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면서 진위논쟁이 벌어졌다.

침뜸 면역력 높여 치료 도움

이에 대해 구당은 "모든 게 사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구당과 그가 대표로 있는 한국정통침구학회의 송순구 사무처장은 "뉴호프병원에서 암환자 20명을 대상으로 임상했고 그에 대한 리포트도 있지만 병원 측에서 아직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환자의 80~90%가 호전된 걸로 나왔다"고 밝혔다. 에이즈 치료설에 대해서는 구당이 "내 제자들이 2005년 아프리카의 잠비아에 가서 침뜸 봉사활동으로 통해 치료한 경험이 있고 효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침뜸이 무엇이길래 암과 에이즈에도 효과가 있단 말인가. 구당은 "침뜸은 몸의 면역력을 높여 줘 암환자들이 항암치료를 견디게 하고 후천적으로 면역체를 만들어 에이즈 환자들의 저항력도 높여 준다. 환자들이 가장 먼저 안다"고 주장했다. 자신에게 치료를 받았던 배우 고 장진영씨에 대해서도 "치료를 중단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고인이) 안됐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일각에서 자신이 그런 병들을 완치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하는 건 '말 꼬리 잡기'라고 부인했다. "항암치료를 견디게 해주고 면역력을 높여주니 결과적으로 암치료에 도움이 되고 에이즈환자도 생활에 문제가 없게 되더라는 의미이지, '완치'라고 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YS 치료 "아들 아닌 본인 말 들어야"

고 장준하 선생, 김영삼 전 대통령을 치료했다는 주장을 그 아들들이 부인한 데 대해서는 "(그들을) 치료하면서 아들들을 본 적이 없다, 본인들 말이 아닌 아들들의 말일 뿐이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특히 노태우 전 대통령의 폐에서 발견된 침을 구당의 여성 제자가 놨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 묻자 그의 언성이 가장 높아졌다. 구당은 "이미 다 얘기 한 건데 왜 또 묻느냐"며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란 것만 알아 달라.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며 입을 닫았다.

이르면 8월 중 중국서 협진 시작

구당은 새로운 소식도 전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중단한 침뜸치료를 이르면 이달 중 중국에서 재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세계중의약학연합회(WFCMSㆍ세중연)에서 나를 초빙했어요. 세중연에서 운영하는 '위팡탕(御方堂)'에서 협진을 하게 될 겁니다."

위팡탕은 세중연에서 만든 '중의학 클리닉'이다. 앞서 올 4월 한국정통침구학회와 세중연은 양해각서(MOU)를 통해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에 따라 세중연이 실시하는 국제침구의사시험에도 한국정통침구학회 회원들도 응시가 가능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구당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80여년을 아픈 사람에게 돈도 받지 않고 침뜸을 해왔어요. 아직도 제발 치료해 달라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마치 '살인자'가 된 기분이에요.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라고 말끝을 흐렸다.

구당의 호 '구당'(灸堂)은 '뜸 뜨는 집'이다. 예전부터 뜸 잘 뜬다고 소문 난 그를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여기 뜸 뜨는 집이 어디냐"고 물은 데서 붙은 호라고 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구당은 말이 말을 낳고, 논란이 더 큰 논란을 낳는 '구(口)당'이 돼 버렸다. 구당이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다"?입을 닫아 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화타'(중국 한말의 명의)와 '사기꾼'이라는 극단적인 평가가 오가는 그의 집은 언제쯤 조용해 질까.

김지은기자 luna@hk.co.kr

■ 노태우 전 대통령 몸속 침 사건 미궁속으로

지난 4월 18일 심한 기침과 가슴 통증을 호소하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고령에다 폐렴을 수반하는 파킨슨병의 일종인 다계통위축증(MSA)을 앓고 있던 터라 다들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엑스레이 결과를 보고 환자와 병원 모두 경악했다. 노 전 대통령의 가슴 안쪽에 금속성 물질이 꽂혀 있었던 것. 침(針)이었다. 열흘 뒤 병원은 내시경 수술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폐 속에 박혀 있던 7cm 한방용 침(손잡이 2cm)을 세상에 공개했다. 그러나 병원은 어떤 경로로 침이 몸 속에 들어갔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어리둥절해 했다. 가래를 뽑아 내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의 목에 끼워진 의학용 튜브를 통해 들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ㄱ'자 모양의 튜브관을 통과시키려면 누군가 일부러 침을 구부려 넣지 않는 이상 힘들다는 반박이 나왔다.

침투 경로도 오리무중이지만 누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했느냐에 관심이 모아졌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침 시술을 수 차례 여러 부위에 받아왔다는 점만 인정했다. 누구로부터 받았는지에 대해서 입을 굳게 다물었다. 졸지에 대한한의사협회는 날벼락을 맞았다. 침 시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질 것을 막기 위해 내부조사를 벌인 뒤 대한민국 한의사 중 노 전 대통령에게 침을 놓은 사람은 없다고 단호히 밝혔다. 그러면서 무자격자에 의한 침 시술 가능성을 제기했다. 구당 김남수 옹의 여제자가 침을 놓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이때 등장했다. 한의사협회 측은 "보통 한의사들이 사용하는 5cm 침과 달리 노 전 대통령 폐 속에서 발견된 7cm 침은 구당이 운영하는 뜸사랑 회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침의 종류"라고 주장했다.

구당은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펄쩍 뛰었다. 그는 "내가 배출한 수많은 제자 가운데 누가 노 전 대통령과 알고 지냈고 침을 놓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침 사태가 진실공방으로 번지자 한의사협회는 침 시술자를 밝혀달라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현재 이 사건을 형사 2부에 배당하고 진정인 조사를 했지만 이후 수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피해 당사자인 노 전 대통령 측에서 시술자 공개 자체를 꺼리고 있어 수사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하는 문희동 비서관은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시술자를 굳이 밝히지 않겠다는 우리의 입장은 변함없다"고 못박았다. 때문에 전직 대통령의 몸 속에 침을 놓은 시술자의 정체는 끝내 미궁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강윤주 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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