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털 공포'(total fear)가 세계 금융시장을 집어삼켰다. 미국 경제의 더블 딥(이중 침체) 공포와 유럽의 재정위기 재확산 불안이 증폭되면서 코스피지수 2,000 붕괴 등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 증시가 연쇄 폭락했다. 심리적 쇼크를 넘어 그간 애써 외면했던 공포가 시장을 지배한 이상 당분간 추락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증시의 미래 변동성을 측정해 공포의 크기를 수치화한 미국의 공포지수(VIX)와 유럽의 공포지수(VSTOXX)는 4일(현지시간) 전날보다 각각 35%, 17% 급등한 31.66, 34.63을 기록했다. 지수가 높으면 그만큼 투자심리가 나빠진 걸로 보며, 30은 '공포 수준이 높음'을 뜻한다. 특히 VIX의 상승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2월 이후 최고다. 해외 전문가들은 "시장에 토털 공포가 존재한다" "현재 시장은 공포 그 자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4.72포인트(3.70%) 급락한 1,943.75에 마감했다.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 직후인 3월 18일(1,981.13) 이후 약 5개월 만에 2,000선이 무너진 것이다. 나흘간 228.56포인트나 떨어지면서 나흘 새 유가증권시장에서 129조원의 돈(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외국인은 4,000억원 어치를 팔아 치우며 나흘 간 매도 규모가 2조원에 달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6.52포인트 내린 495.55로 16일만에 500선이 붕괴됐다. 국내 공포지수라 할 수 있는 코스피200변동성지수도 전날보다 5.73포인트 오른 28.31로 마감해 남유럽 재정위기가 엄습했던 지난해 5월 26일(29.50) 이후 최고치였다.
대만 가권지수 5.58%, 일본 닛케이지수 3.72%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고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증시는 2.9~3.5% 하락출발했다 낙폭을 줄였다. 미국 뉴욕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미국의 6월 실업률이 9.1%로 지난달보다 줄어들었다는 발표에 1.42% 상승한 11,522.92로 출발했다가 곧바로 하락하며 혼조를 보였다. 전날에도 다우존스는 4.31%나 빠져 2008년 12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외국인 주식시장에서 대거 매도에 나서면서 5.70원 오른 1,067.4원에 거래를 마쳐 나흘 연속 올랐다. 증시 폭락에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채권시장도 나흘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센터장은 "선진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한 4월부터 쌓여왔던 공포가 결국 터져 나온 것"이라며 "증시는 아직 바닥에 닿은 게 아니고 기술적 반등은 시도하겠지만 다시 떨어져 1,900포인트 내외에서 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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