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있는 경은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됐다. 올 들어 아홉 번째 영업정지다. "9월말까지 영업정지는 없을 것"이라던 금융당국의 공언과 배치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5일 오후 임시회의를 열어 경은저축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경영개선명령을 부과했다. 이에 따라 내년 2월 4일까지 6개월간 영업이 정지된다.
금융위는 경은저축은행 임원의 직무집행을 정지시키고 관리인을 선임하는 한편, 45일 이내 유상증자를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5%까지 끌어올리도록 명령했다. 자체 정상화를 이행하면 영업이 재개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예금보험공사가 매각을 추진한다.
올 상반기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 경은저축은행은 부채가 자산을 141억원 초과한 자본잠식 상태였다. 검사 전 8.85%라고 밝힌 BIS 비율은 검사 후 -2.83%로 떨어졌다. 금융위는 이날 경영평가위원회를 열어 경은저축은행이 제출한 경영개선 계획을 심사했으나, 단기간 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경은저축은행은 일본계 금융회사에 매각을 추진했으나 대주주로 적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고, 현재 대표이사인 안태수씨 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소송이 진행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주주 불법대출 등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결정적인 부실은 부동산프로젝트(PF) 대출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1,073억원으로, 총 여신의 37.4%에 달해 버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남 마산, 진주, 김해시에 3개 지점(직원 80명)을 둔 경은저축은행은 자산순위 51위의 소형으로 예금자는 개인 2만2,283명과 법인 362곳 등 2만2,645명이다. 이중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인당 원리금 5,000만원 이하의 예금 2,910억원(2만2,374명)은 전액 보호된다. 예보는 9일부터 예금액 가운데 2,000만원까지 가지급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예금보장한도인 5,000만원을 초과하는 예금은 271명에 36억원이며, 역시 보호를 받지 못하는 후순위채 투자는 191명, 71억원 어치다.
금융위는 지난달 4일 저축은행 건전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9월 하순 경영진단 결과 발표 때까지 예금인출(뱅크런)에 의한 유동성 부족으로 부득이하게 영업을 정지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부실을 이유로 영업정지를 부과하진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올 상반기 저축은행 사태가 금융당국의 "더 이상 문제 없을 것"이라는 호언에도 불구, 잇단 영업정지로 예금자들의 신뢰가 무너진 데 따른 것임을 감안하면 불안심리를 다시 부추길 수도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이번 영업정지는 현재 진행 중인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진단과는 별개로 이뤄졌다"면서 "9월 하순 경영진단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과도한 예금인출에 따른 유동성 부족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영업정지 계획이 없다는 방침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