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고릴라> , <동물원> , <미술관에 간 윌리> 등으로 잘 알려진 영국 출신의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65)이 한국에 왔다. 그의 그림책 원화 280여점과 미디어아트 작가 이이남의 영상작품 6점을 볼 수 있는 '앤서니 브라운과 이이남의 2011 동화책 속 세계여행'전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미술관에> 동물원> 고릴라>
5일 기자간담회에서 브라운은 그림책을 즐겨 읽어야 하는 이유로 창의성을 꼽았다."동화책을 볼 때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글을 읽어주고, 아이들은 그림을 보면서 서로 상호교감을 하죠. 모든 아이들은 창의성이 있어요. 내용을 듣고 그림을 보면서 질문을 하고, 상상을 하죠. 그러면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는 여섯 살 때 자신의 신발에 그려져 있던 해적을 떠올렸다. "신발 한 쪽에는 '누가 내 다리를 올라가고 있는가'라고 적혀 있었어요. 심심한 이미지에 불과했던 해적이 마치 살아서 내 다리를 올라오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흥미진진한 상상의 세계가 펼쳐졌죠. 이처럼 단순한 그림에서도 아이들은 어른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더 많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이미지로 공감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도 사람들이 그림책을 즐겨 읽는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그림책은 그림으로 교감해 경계 없이 모든 이에게 다가갑니다. 이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영향을 받고, 흥미를 느끼는 부분일 겁니다."
그의 대표 이미지 고릴라는 겉으로는 강하지만 속은 자상했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완성했다고 한다. 고릴라는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고릴라를 원하는 딸에게 진짜 고릴라를 선물해줄 수 없었던 부모가 대신 고릴라 인형을 주죠. 아이는 실망하지만 인형을 갖고 놀면서 꿈을 꾸죠. 꿈에 나타난 고릴라로 아이는 행복해집니다." 이 내용은 어린 시절 생일 선물로 모형 트럼펫을 받고 실망했던 작가 자신의 경험과도 연결된다.
그는 그림책을 읽어주는 요령도 전했다. "그림책을 보면서 아이에게 물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왜 여기에 이런 게 있을까'라는 식으로 말이죠. 그럼 아이는 자신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죠. 제 그림에 나오는 세세한 디테일들은 아이의 창의력을 키워주고, 환상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것입니다."
현재 국내에 번역 출간된 그의 작품은 총 31권이다. 그는 그림책 작가 발굴 프로젝트, 그림놀이 워크숍, 사인회 등으로 국내 독자들과 만난 뒤 이달 중순 영국으로 돌아간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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