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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긴 여름의 끝' 21세기 기후 변화 테러보다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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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긴 여름의 끝' 21세기 기후 변화 테러보다 더 위험하다

입력
2011.08.0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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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름의 끝/다이앤 듀마노스키 지음·황성원 옮김/아카이브 발행·424쪽·1만8,000원

거대한 물폭탄이 떨어지자 세계적인 메트로폴리탄 서울, 그것도 프리미엄급 기반시설을 갖춘 강남 일대마저 초토화됐다. 자연의 분노 앞에 인간과 도시는 그저 나약한 존재일 뿐이었다.

기후가 심상치 않다. '100년 만의 폭우'는 거의 매년 찾아들고 있고 '기상관측 이래 최고'란 수식은 진부해진 지 오래다. 기상이변의 일상화로 사람들은 지구의 종말이 가까운 것은 아닌가 불안에 떨어야 한다.

이 책이 전하는 기후변화의 현실과 미래는 물폭탄을 쏟던 먹구름보다 암울하다. 책은 지구가 어떻게 시스템을 유지하는지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해 현대 문명이 어떻게 지구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는지, 그에 대해 지구는 어떻게 반응했고 또 반응할 것인지를 장대한 스케일로 펼쳐낸다. 25년 경력의 환경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기후변화를 화석연료와 이산화탄소 탓으로만 돌리는 데서 벗어나 더 넓고 깊은 시각을 제공한다.

기후변화를 이해하는 시작점은 지구를 단순히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살아있는 행성이라 인식하는 것이다. 지구를 모든 생명체와 대양, 토양, 암석들의 상호작용에서 출현하는 역동적인 천체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행성인 지구는 근대 산업경제가 도래하면서 지난 200년 동안 극심한 변화에 시달려야 했다. 산업자본주의의 지나친 성장과 인구 증가에서 비롯된 파괴력은 지구의 역사를 뒤바꾸어놓았던 소행성 충돌과 빙하기에 비견될 만하다.

이제껏 겪지 못한 속도와 규모로 지구의 시스템이 교란되자 지구는 드디어 반응을 보였다. 바로 혹독한 가뭄과 홍수, 폭염을 몰고 온 기후변화다.

지난 몇 년간 발표된 새로운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지구의 반응은 더 빠르고 고약해질 것이다. 지구의 반격은 보다 기습적으로 자행될 것이다. 환경론자들은 21세기에는 기후변화가 테러리즘보다 훨씬 큰 위험이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그린란드나 남극의 거대한 빙하의 유실이 점점 가속화하다가 이것이 임계치에 이르면 빙하가 폭발하듯 급격히 붕괴돼 거대한 얼음들이 대양으로 쏟아져 들어올 것이고, 그 결과 전세계 주요 도시들을 삼킬 정도로 해수면이 치솟기 시작할 것이다.

저자는 에스컬레이터처럼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에 주의하면서 미래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지구 시스템은 반응하는 데는 느릴 수도 있지만, 결국 반응을 시작하면 급격한 변화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 희망의 근원은 인간은 지배할 운명을 타고났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 아니라, 우리가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지구에서 힘겹게 번창해온 강인한 종족이라는, 이미 증명된 사실 속에 있다.

선조들은 기후의 역습과 재난에 가까운 변화라는 혹독한 시련 속에서 스스로를 단련해왔다. 갖은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과 불확실한 세상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창조성을 손에 넣었다. 인류가 진화 과정에서 꾸준히 대면했던 것과 같은 생의 도전과 이 시대가 우리에게 요청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탐구한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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