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도 바람난다/미라 커센바움 지음·김정민 옮김/라이프맵 발행·376쪽·1만3,000원
외도는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논의하기 꺼리는 주제다. 더러 논의가 되더라도 외도 피해자의 상처 치유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심리치료 전문가인 이 책의 저자는 도발적으로 외도의 당사자, 즉 가해자의 심리치유를 다룬다. 뭐라고?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하지만 흥분하지 마시라. 외도의 피해자를 위해서도 이는 꼭 필요한 일이다. 외도의 죄를 범한 사람이 어떻게 해야 자신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깨달아야만 외도가 재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외도로 인해 부부관계가 파탄 났다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어떤 식으로든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외도에 노출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 자신 외도의 피해자였다는 저자가 30년간 수많은 남녀들을 심리상담 하며 얻은 결론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모든 외도에는 결혼과 자신에 대한 진실을 발견하게 해주는 감춰진 지혜가 있"고, "사람들은 '극복하는 한 방법'으로 외도에 얽혀들고 있다"는 것. 그러므로 외도라는 혼란스러운 삼각관계에 빠진 사람은 우선 자신이 무엇을 극복하기 위해 외도를 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파악해야 한다.
저자는 이 유형을 17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이중 배우자에게 돌아가야 마땅한 유형들은 ▦남처럼 돼버린 부부관계를 달구기 위한 풀무질형 ▦일상적 갈등의 갑갑한 부부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충격요법형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짜릿한 연애를 시도하려는 모험투신형 ▦외도에 상처받고 복수하려는 앙갚음형 등이다. 배우자와 연인 중 누구를 택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하는 외도도 있다. ▦다른 사람과 함께라면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긴가민가형 ▦잊고 있던 나를 찾으려는 자아발견형 ▦배우자의 부족한 2%를 다른 데서 채우려는 욕구불만형 ▦자신의 매력이 여전한지 확인하려는 자기확인형 ▦배우자에게서 다친 마음을 위로 받으려는 치유요법형 등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저자는 "이중 어느 것도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보다 연인과 함께해야 더 행복한 외도는 한 가지도 없는 듯하다"고 말한다. 외도가 황홀한 것은 상대가 황홀해서가 아니라 관계의 초기가 본래 황홀한 것이기 때문이다.
책은 배우자 곁에 머물기로 결정한 외도 가해자들이 어떻게 배우자의 상처를 치유해 주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지 상세하게 조언한다. 외도에 빠진 사람, 외도의 유혹에 시달리는 사람, 혹은 배우자와의 불화로 고통스럽거나 결혼관계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상담실 의자에 앉아 심리상담을 받는 듯, 유용한 책이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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