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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국방비를 줄여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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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국방비를 줄여야 하는 이유

입력
2011.08.0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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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상한협상이 미국의 정책에 미칠 영향 중 가장 심각한 것은 국방비의 삭감이다. 의회의 슈퍼위원회가 1조5,000억달러 감축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단두대의 칼은 떨어지도록 되어 있고 결국은 국가안보예산의 절반이 떨어져 나가게 된다. 정치권의 표현이 으레 그렇듯 기준과 용어(예를 들면 '국가안보'란 무엇을 가리키는가)는 애매하기 짝이 없다. 많은 전문가들은 국방예산이 앞으로 10년 동안 6,000억~7,000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추산한다. 그렇다면 단두대를 작동시키도록 하자. 안 그래도 통제불능의 군산복합체를 조정하는 일이 절실했던 터이다.

먼저 약간의 배경설명. 국방부 예산은 지난 13년 동안 전례가 없을 정도로 늘었다. 국방비총지출은 2001년 4,120억달러에서 2009년 6,990억달러로 70% 증가했다. 한국전쟁 이후 어느 때보다 급격한 증가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추가로 들어간 비용까지 합하면, 냉전시대 즉 옛 소련, 중국, 동구의 군사력이 미국의 동맹국과 대치하던 때의 평균 지출보다 2,500억달러를 더 썼다. 지난 10년간 미국에 치명적인 주적(主敵)이 존재하지 않았는데도 미 국방비는 전세계 국방비의 3분의 1에서 절반으로 늘었다. 다시 말해 지구에 있는 다른 모든 국가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국방비를 쓴 것이다.

미 국방기관은 최대 사회주의 경제

군사작전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면 국방비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한국전쟁이 끝나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은 국방비를 27% 감축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베트남전쟁 후 29%를 줄였다. 1980년대 긴장이 해소되면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국방비를 줄였고 이 추세는 조지 H W 부시, 빌 클린턴 행정부까지 이어졌다. 조지 W 부시 시절 엄청나게 국방비를 늘린 탓에 오바마 대통령이 앞의 대통령들만큼 감축해도 국방비는 그 때보다 훨씬 많다. 보울스-심슨 재정대책위원회의 계획은 앞으로 10년 동안 7,500억달러의 국방비를 줄이는 것이다. 레이건 정부 때 국방부에서 일한 로렌스 코브는 국가안보에 영향을 주지 않고도 10~12년간 1조달러를 감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극우 보수주의자들은 국방예산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고, 그러면 자신들이 비난해 마지않던 민주당 측의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정부에 낭비, 사기, 남용이 많다는 주장은 대체로 과장된 것이다. 자유재량으로 쓸 예산은 많지 않다. 연방정부의 지출은 대부분 이전지출이나 세금감면으로, 이득이 뭐든 수혜자에게 돈이 흘러가는 과정은 매우 효율적이다. 하지만 국방, 주택복지, 각종 보조금, 원가가산식 조달,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은 그렇지 않다. 국방분야에는 중복사업, 같은 사업의 반복, 무의미한 사업 등이 너무 많아 이를 지지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오늘날 미국의 국방기관은 세계에서 가장 큰 사회주의 경제이다.

국방비 감축은 또한 미국의 외교정책에 건강한 균형을 가져올 것이다. 냉전시대 이후 의회는 외교부처를 굶기고 국방부를 살찌웠다.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이 지적했듯 미국 전체 외교관보다 군악대원이 더 많다. 한번이라도 미국의 외교를 현장에서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이러한 불균형을 느꼈을 것이다. 중요한 협상을 위해 출장가는 국무부 고위 관료들은 보좌진도 없이 14시간 동안 이코노미석을 타고 후줄근한 모습으로 내린다. 국방부 관료들은 비행함대를 띄우고 10여명의 보좌진과 쓸 돈 단지를 거느리고 간다. 고 리처드 홀브룩 아프가니스탄 특사는 언론이 데이비드 페트라우스 당시 중부사령관에 비교해 그를 "민간인 측 협상자"라고 하면 웃곤 했다. 홀브룩은 "그는 내가 가진 휴대폰보다 더 많은 비행기를 갖고 있지"라고 말하곤 했다(실제 그는 휴대폰이 많았다).

군사ㆍ비군사지출 균형 필요할 때

결론은 늘 군사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군사적 해법을 제시하는, 뒤틀린 미국의 외교정책이다. 이 상황을 정확하게 가리키는 것이, 망치를 든 남자에겐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는 아이젠하워의 표현이다. 즐겨 인용되는 퇴임 연설에서 아이젠하워는 군사지출과 비군사지출의 균형을 강조했다. 불행히도 이 연설 후 수십년동안 불균형은 더 심각해졌다.

워싱턴포스트, 뉴스위크 칼럼니스트 comments@fareedzakaria.com

정리=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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