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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미국의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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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미국의 파산

입력
2011.08.0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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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일본 기업이 뉴욕의 록펠러그룹 빌딩을 매입하자 미국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보다 한참 전인 82년에는 빈센트 친이라는 중국인이 디트로이트에서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디트로이트 자동차 공장에서 ?겨난 백인 실직자들이 그를'일본인'으로 착각해 살해한 것이다. 나중에 이 사건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당시 미국 시장은 도요타 등 일제 차량들에 점령된 상태였다. 미국 자동차들은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대학 캠퍼스에서 일제 스포츠카를 몰고 가면 백인 여대생들조차 선망의 시선으로 쳐다볼 정도였다. 일본이 세계 경제의 중요한 주체로 부상하는 것에 대해 이견이 없었다. 반면 미국 자동차의 경쟁력은 턱없이 쇠락했다.

그 즈음 폴 케네디의 이라는 책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책은 당시 미국의 방만한 재정 운영과 엄청난 부채, 과도한 군사력 등이 미국의 패권을 곧 몰락시킬 수 있음을 암시했다. 당시 우리 학계도 그런 분위기가 팽배했고, 그와 관련된 논의도 상당 부분 진전을 이루었다. 그런데 모두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버블'이라는 예외적 변수였다.

미국은 당시 적자를 쌓으면서 동시에 재정적자 확대, 닷컴 버블, 주택 버블 등 각종 버블을 키우며 경제를 지탱했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특이한 금융기법으로 무려 30년간 미국 경제를 끌고 나간 것이다. 결국 미국의 버블은 2008년을 기점으로 꺼졌다.

지금 미국의 재정적자가 미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를 넘어가고 있다. 어느 나라든 최악의 재정적자는 그 나라 GDP의 90% 수준이라는 것이 정설이지만 미국은 이미 그 수치를 넘어가고 있다.

록펠러그룹 빌딩이 팔리고 난 19년 후인 2008년 7월 뉴욕 거리의 상징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 빌딩이 일본도 중국도 아닌 중동의 아부다비 정부 투자기구에 팔렸다. 충격이었다. 서울 파이낸스빌딩이 싱가폴펀드에 팔리긴 했지만 63빌딩이 어느 조그만 국가 펀드에 팔렸다면 어땠을까. 미국인들은 중동 산유국에 미국의 자존심이 넘어간 데 대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때 맞춰 유사한 경고를 하는 저서가 출간됐다. 잠비아 출신의 석학인 미국의 거시 경제학자 담비사 모요는 최근 출간한 (원제 )에서 미국의 파산이 멀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폴 케네디의 경고가 20년 뒤에 다시 부활한 것일 수 있다. 내용을 읽어보면 이라는 제목이 좋을 수도 있겠다.

그는 앞으로 10년간 획기적인 정책적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미국 뿐만 아니라 디폴트에 몰려있는 유럽까지도 무자비한 경제적 몰락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담비사의 말대로 미국과 서구는 실질적으로 파산하고 있다. 미국이 간신히 여야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결국 더블딥으로 가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의 치유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디폴트나 더블딥이나 차이가 없다. 모라토리엄과도 유사하다. 유럽은 몇 개국을 빼고는 전역이 디폴트를 우려하고 있다. 사실 미국은 희망이 별로 없다. 총기 문제도 해결을 하지 못하는 나라다. 총기 업체의 로비 때문이다. 이는 미국인들도 뻔히 아는 문제다. 그 때문에 늘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그런 나라가 지금의 경제 난국을 헤쳐나간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 지도 모른다. 가장 큰 이유는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정부가 민간 자본에 대한 통제를 잃었다는 점이다. 미국 금융 위기의 본질은 그것이다. 그것이 결국 2008년 금융 위기를 초래했다. 5일 증권시장의 폭락은 미국의 짧은 정치 일정과 분산된 권력으로 인해 정치가 하부구조를 통제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조재우 선임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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