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선 요즘 내년 4월 총선의 국회의원후보 공천 '물갈이'방식을 놓고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잇달아 제시되고 있다. 가히 '물갈이론'의 백화제방이다. 하지만 제시되는 방안들이 "어떤 식으로든 대대적으로 물갈이 하자"는 전제를 깔고 있다 보니 당내 중진ㆍ영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 기류도 확산하고 있다. 조만간 물갈이 기준과 폭을 놓고 내홍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나라당 김용태 기획위원장은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지역구 내에서 대통령이나 당 지지율보다 현역 의원의 지지율이 낮을 경우 이들은 공천에서 탈락시켜야 한다"며 "이 같은 방안을 제도화하기 위해 공론화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는 공정하게 하되, 변화를 줘야 하는데 이를 위한 솔루션은 이 방법이 유일하다"며 "이른바 좋은 동네에서 당 지지율에만 기대는 의원들은 물갈이하고 정말로 좋은 사람을 모셔와 이번 총선에서 승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 "내년 총선에선 40% 중반 대의 공천교체가 있을 것"이라며 물갈이론을 꺼내 들었던 주호영 인재영입위원장은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쟁력, 인지도, 지역구 활동과 의정활동 평가 등에서 기준을 마련해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분들은 경선 자체에 나갈 수 없도록 하는 틀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국민의 요구는 공천 교체를 많이 해서 새로운 인물을 선보이라는 것인데, 당의 총선 원칙이라는 상향식 공천이라는 게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한 제도"라며 "두 가지 상반될 수 있는 원칙과 흐름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공천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당직자의 언급을 종합하면 "당 지지율보다 개인 지지율이 떨어질 정도로 존재감 없는 현역 의원들은 국회의원후보 경선에도 내보내지 말고 탈락시키자"는 것이다. "결국 영남 지역 중진 의원들이 주된 타깃이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앞서 김정권 사무총장은 2일"연말연초쯤 스스로 (불출마를) 결단하는 중진의원들이 나올 것"이라며 중진 의원들을 겨냥한 '자기 희생론'을 설파했다.
주 위원장과 김 총장은 홍준표 대표의 최측근들이다. 홍 대표는 당내 물갈이 논란에 대해 "1월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며 짐짓 뒷짐을 지고 있지만 측근들은 앞다퉈 군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홍 대표가 측근들과 짜고 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홍 대표가 이런 식으로 분위기를 몰아가 결국 공천을 자기 의도대로 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당내에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당내 반발도 본격 고개를 쳐들 기세다. 장제원(부산 사상구)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물갈이론으로 당이 뒤숭숭하다"며 "공천을 화두로 선배들의 가슴을 찢으면서 당 개혁을 외치려면 본인부터 희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경률(부산 해운대기장을) 의원도 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당이 지나친 물갈이를 하다 큰 것을 잃을 수 있다"며 "말을 앞세워 함부로 발언할 게 아니라 국민에게 다가가는 정책을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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