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달력으로 아홉 번째 달(라마단)이 시작됐지만 유례없는 불볕 더위로 일부 이라크인이 라마단에 더 이상 단식을 하지 않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 보도했다.
이라크는 최근 대부분의 지역에서 50도를 넘나드는 더위가 이어지고 있는데 2일 바그다드는 51.1도, 남부 디와니아는 52.2도를 기록했다. 더위에 익숙한 이라크인에게도 이번 더위는 참기 힘든 수준이다. 정부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1일을 임시휴일로 정했고 공공기관도 일제히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라마단 시작과 함께 더위가 몰려오자 이라크인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아무리 라마단이라고 하지만 먹지도, 물을 마시지 않고 심지어 침도 삼키지 않은 채 낮 시간을 버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엔진 수리공 아흐메드 카림(20)은 "이런 더위에 금식하며 일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금식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만성적 전력부족 탓에 일반 가정에는 하루 4~5시간 제한송전되고 그마저 15분에서 1시간 정도면 끊기면서 "이라크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것"이란 비난에도 불구하고 금식을 못하는 무슬림이 늘고 있다.
1일에는 발전기를 가진 사람이 전기를 나눠주지 않는다며 군중들이 총격을 가하고 전기를 빼앗는 일이 벌어졌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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