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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플레이어] 대구세계육상 메달 기대주, 20km경보 김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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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플레이어] 대구세계육상 메달 기대주, 20km경보 김현섭

입력
2011.08.0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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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준은 잊어라, 김현섭이 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 단체전 메달을 노렸던 한국육상이 경보의 김현섭(26ㆍ삼성전자)에게 사실상 올인 했다. 기대를 모았던 지영준(30ㆍ코오롱)이 끝내 부상을 이겨내지 못하고 대표팀에서 탈락하자 많은 육상인들은 장탄식을 토해냈다. 안방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전멸에 가까운 위기감이 감도는 가운데 지영준이 그나마 한국육상의 자존심을 살릴 것이란 믿음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김현섭이 구원의 횃불을 높이 들었다.

3일 오전 8시30분. 강원 고성군 화진포호(湖)를 끼고 도는 왕복2km 도로. 이민호(48ㆍ삼성전자) 경보대표팀 코치의 지도아래 국가대표 6명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하루 35km 강행군을 앞두고 매1km를 4분25초에 끊기 위한 준비운동만 1시간째 계속하고 있었다. 이 코치는 "경보만큼 다리 부상이 잦은 종목이 없다. 골반부터 발목까지 근육을 세심하게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경보대표팀이 화진포호를 전지훈련장소로 택한 이유는 무덥고 습한 대구의 기후와 닮아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 코치는 "대구 세계선수권은 더위뿐만 아니라 사우나를 방불케 하는 고습도와의 싸움이다. 또 고성의 해안도로는 차량이 적게 다녀 실전훈련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고 말했다.

지난 달 1일부터 합숙훈련을 시작했다는 이 코치는 "예전에는 1km를 4분40초에 돌파했다. 그러나 대구 세계선수권 메달사냥을 위해 15초 앞당겨 4분25초에 통과하는 것을 목표로 맹훈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80%수준까지 올랐다. 김현섭의 막판 스피드를 끌어올리기 위한 특훈이다"고 설명했다. 20km에 도전하는 김현섭의 기록은 1시간19분31초. 올 시즌 세계랭킹 7위다. 만약 골인지점 2km를 남겨두고 이 같은 속도만 유지해도 1시간18분대 진입도 어렵지 않게 된다. 더구나 고온다습한 대구의 기후조건을 감안하면 금메달은 김현섭의 몫이다. 하지만 김현섭은 뜻밖에 불만에 가득 찬 표정이다. 왜냐하면 주변에서 동메달만 따도 행운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김현섭은 "내 목표는 오직 금메달뿐이다"라고 말했다.

김현섭의 이 같은 호언 장담은 단순한 립서비스에 그치지 않는다. 김현섭의 최대 강점은 타고난 유연성이다. 외국 심판들도 김현섭의 물 흐르는 듯한 'S자폼'을 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세"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약점은 체력부족이다. 특히 8~14km지점에서 페이스가 떨어진다. 이 코치는 김현섭과 세계랭킹 1위와의 기록은 2분정도 차이가 난다. 실력으로 넘기 힘든 벽이다. 그러나 끝까지 따라붙는 끈기로 막판 피니시라인에서 대반전을 노리겠다고 강조했다. 김현섭도 "대구는 폭염의 도시다. 8월말은 더욱 그렇다. 중국과 함께 랭킹 1,2위를 다투는 러시아 선수들도 2007년 오사카세계선수권에서 고온 다습한 환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했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십분 활용해 챔피언에 오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 코치는 김현섭의 금빛 프로젝트에 쐐기를 박을 비장의 카드도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50km가 주종목인 박칠성(30ㆍ국군체육부대)을 페이스메이커로 내세워 중반지점에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이다. 더위에 강하고 체력이 좋은 박칠성이 8~14km지점에서 치고 나가선두권을 흔들어 놓겠다는 뜻이다. 김현섭의 약점을 커버하기 위한 레이스 운영이다. 이때 김현섭과 외국선수들이 따라오지 못하면 박칠성이 그대로 결승선을 향해 질주하는 것이고, 이들이 함께 쫓아오면 박칠성은 16km지점에서 기권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박칠성은 6일후에 열릴 50km에도 출전하기 위해 체력을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 박칠성은 2007년 오사카 세계선수권 20km에 나서 15위을 차지한 베테랑. 이코치는 "박칠성은 경보만 하도록 만들어진 '인조인간'이다. 감독의 지시를 100% 이해하고 실행하는 진정한 프로"라고 치켜세웠다.

이 코치는 "20km경보는 2km 순환코스를 10바퀴 돌아야 하는데 9명의 심판이 레이스를 지켜본다. 따라서 파울을 받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한국은 개최국으로서 홈어드밴티지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김현섭은

●태어난 곳 강원 속초시

●생년월일 1985년 5월31일

●키 176cm 몸무게 59kg

●최고기록 20km 1시간19분31초

●주요 경력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km 동

2008년 일본 경보선수권 20km 금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0km 은

2005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20km 은

2004년 세계주니어육상 1만m 동

고성=글ㆍ사진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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