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커를 동원해 국내 유명 온라인게임 서버를 해킹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64억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같은 수법의 게임 사이트 해킹 범죄는 과거 여러 차례 있었으나 북한 해커들이 개입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4일 북한 해커들을 동원, 국내 인기 온라인게임 사이트 서버 등을 해킹한 뒤 게임 아이템을 자동으로 수집하는 불법 '오토프로그램'을 제작, 국내외 작업장에 팔아 넘긴 혐의(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정모(43)씨와 재중동포 이모(40)씨 등 5명을 구속하고 강모(36)씨 등 9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오토프로그램 제작ㆍ공급 총책인 정씨와 이씨는 2009년 6월께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과 랴오닝(遼寧)성에 컴퓨터 수십대를 갖추고 온라인게임 아이템을 수집해 파는 일명 '작업장'을 차렸다. 이씨는 이후 자신이 운영하던 송림유한공사 명의로 북한 내 조선릉라도무역총회사, 조선콤퓨터쎈터(KCC) 등에 근무하는 컴퓨터 전문가 30여명을 협력사업 명목으로 초청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리니지, 메이플, 던전앤파이터 등 온라인게임 사이트의 서버와 이용자 컴퓨터 사이에 오가는 데이터인 '패킷 정보' 암호화 체계를 해독한 뒤 이를 토대로 오토프로그램을 만들어 정씨 등에게 넘겼다. 정씨 등은 이 프로그램 복제본 하나당 2만원 안팎의 월 사용료를 받고 국내외 작업장에 파는 수법으로 1년 반 동안 64억원을 챙겼다.
정씨 등은 북한 전문가들에게 프로그램 개발비로 매월 사용료의 55% 혹은 일정 금액을 지불했다. 많게는 한 달에 1억8,000만원도 지급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일성종합대와 김책공업대 등 명문대에서 컴퓨터를 배운 북한 해커들은 1인당 500달러씩 북한 당국에 의무적으로 송금했다"며 "이들이 속한 조선릉라도무역총회사의 실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 노동당의 통치자금을 만들어 관리하는 '39호실' 산하기관"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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