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보기관이 해외에서 테러용의자와 수용소 수감자들을 고문했다는 비밀 문건이 공개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4일 MI5(국내정보), MI6(해외정보)의 비밀 심문수칙을 공개하고 "정보당국이 정보를 얻기 위해 수감자를 대상으로 자행된 불법 고문을 10년 이상 묵인했다"고 보도했다.
심문수칙에는 "죄수가 받을 고통의 양 보다 정보가 더 중요하다" "고문이 영국 법률과 국제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정치적 보호를 받으려면 사전에 정보기관 수뇌부와 상의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심문수칙은 7월 개정 전까지 적용됐다.
심문수칙에 고문 관련 내용이 추가된 것은 2002년 아프가니스탄에서 MI5, MI6 요원들에게 수감자를 지속적으로 심문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다. 그 뒤 2004년 이라크전쟁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공격 징후가 명확해지자 권한이 더 확대되는 방향으로 한번 개정됐고 2006년 대서양에 비행기를 추락시키겠다는 음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추가 개정됐다.
문서는 "정보를 얻는 과정에서 고문한 사실이 이슬람권에 알려지면 최악의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MI5, MI6의 명성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적고 있다. "이슬람 세력을 극단적으로 만들어 테러 위협을 증가시킬 것"이라고는 내용도 들어있다.
테러 등의 혐의로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 및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돼 있던 무슬림들은 그 동안 이들 정보기관의 요원들로부터 고문을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국은 "명백한 증거가 없고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고 부인했다. 가디언은 이집트, 두바이, 모로코, 시리아 등에서도 영국 정보기관이 연루된 고문이 이뤄졌다는 증언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토니 블레어 전 총리와 당시 각료 등은 고문 여부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런던경찰청은 "고문 행위를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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