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취약한 한국 금융시장의 약점이 또 드러났다. 위기 당사국인 미국은 물론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 증시 모두 반등에 성공했지만, 유독 우리 증시만 폭락세를 이어갔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2.31% 급락하며 2,018.47로 주저앉았다. 사흘 연속 떨어져 153포인트나 빠졌고, 이 기간 허공으로 날아간 시가총액은 86조원을 넘었다. 이제 2,000 지지조차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한 2008년 10월 22일부터 사흘간 낙폭(257포인트)에 거의 근접하는 수준이다. 이날 코스닥지수 역시 1.85% 하락했다.
이날 주가 급락이 걱정스러운 것은 다른 나라 증시 흐름과 확연히 대비되기 때문이다.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증시는 경기부양 기대감에 소폭(0.25%) 상승했고, 아시아 주변국인 일본(0.23%)과 중국(0.21%) 역시 진정세를 보였다.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이틀째 2% 안팎 급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낙폭은 우리나라에 미치지 못했다.
유독 우리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확인됐듯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나라처럼 큰 폭은 아니지만 이날 대만과 싱가포르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아시아 국가 증시가 동반 하락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외국인들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4,385억원 어치를 팔아 치우는 등 사흘 동안 1조6,000억원에 가까운 주식을 순매도하며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들이 대외 악재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하루였다"며 "외국인들의 증시 이탈이 채권시장 이탈로까지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의 대외 취약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로존 부채위기 악화로 글로벌 자금시장이 경색될 경우 아시아 주요국 중 한국 은행이 자금조달 위험에서 가장 취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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