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 이야기를 하기 위해 한 TV 개그 프로의 유행어를 패러디해 제목을 달았다. 현재 손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이어 대선주자 지지율 2위에 올라 있다. 수도권 출신에 중도개혁 성향에다 장관, 도지사, 국회의원(4선)의 경력을 갖고 있어서 야권 입장에서는 여당의 대표 주자에 맞설 기대주임에 틀림없다.
손 대표는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해 야권 내부의 논란 속에서도 '희망버스' 승차를 거부했고, 대북정책 분야에서도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며 '중도의 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중도를 겨냥한 행보를 거듭하다 보니 야권 내부로부터 선두 주자로서의 예우는커녕 가혹한 수준의 대접밖에 돌아오는 게 없는 것 같다.
당장 선명성을 앞세운 당내 2,3인자들의 비판이 거세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중산층이 찌그러졌는데 중도가 어떻다는 것은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며 "어중간한 당으로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틈만 나면 폐부를 찌른다. 정세균 최고위원도 중도층 공략은 시기상조라고 날을 세우고 있고, 당내 비주류측의 원성도 적지 않다.
여기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한ㆍ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처리와 관련, "야권연대냐 한나라당이냐 선택하라"고 압박했고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은 민주당과의 통합에는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보수진영은 "빨간 물이 들었다"고 하고 진보진영은 "파란 물(한나라당의 상징색)이 덜 빠졌다"고 공격하고 있으니, 손 대표 입장에서는 절해고도와 같은 심정일지도 모르겠다. 중원의 귀퉁이라도 잡기 위해 보다 우클릭 해야 하는 방향성은 분명 맞는데도 말이다.
유독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친구가 말을 건넸다. "야권이 전부 힘을 합해도 여당을 이길까 말까 하는데, 왜 내부에서 유력 대선주자를 키우지는 못할망정 생채기나 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같은 당 2인자나 3인자가 1위 후보를 적극 도와서 뜻을 이룬 뒤 결실을 나눠가졌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손 대표의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는 시나리오 상상을 해볼까. '총선 승리→ 대선후보 경선 승리→ 야권 단일후보 선출→ 대선 승리'. 하지만 지금의 손 대표에 대한 공격 상황을 감안하면 너무도 머나먼 얘기 같다. 그래도 이 모두를 관통하는 답은 있다.
2002년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당초 당내 3위권에서 맴돌다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대선후보 경선과 본선에서 승리했다.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당내 경쟁에서는 박근혜 후보에게 뒤졌으나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앞서 경선과 본선을 거머쥐었다. 두 사람의 성공 이유는 당 내부의 강도 높은 견제 속에도 자신만의 정치색을 강조하며 국민적 지지율을 높인 데 있다. 손 대표가 가야 할 길도 여기에 있다.
손 대표는 3일 야5당 대표 회담을 갖고 한진중공업 사태 해법 마련과 야권공조 등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중도 행보를 포기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야권 통합의 시험대가 될 이번 공조의 결과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손 대표가 어떤 절묘한 리더십을 발휘할지 궁금하다. 상황에 따라 돌변하는 어설픈 흉내내기로는 집토끼와 산토끼 모두 도망갈 것이란 점은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다.
"친구야. 손 대표를 누가 키우냐고? 자기가 스스로 커야지. 자신의 정체성인 '중도의 길'로 내부의 뜻을 모아 야권 전체를 설득시켜야 국민이 감동하는 것 아니겠어? "
염영남 정치부 차장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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